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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제8기 교사 인권 연수 후기 -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나누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9-01 12:05
조회
173

하순배/ 부산 개금고 교사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해 온 5년 동안 항상 불편한 마음이었다.


 신체의 자유를 가르치면서 두발을 단속해야하고, 선택권을 가르치면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강요해야하는 상황이 갑갑했다. 하지만 반인권적 학교 문화를 방관하는 것 (또는 방관함으로써 그것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는 내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마음의 불편함이 더 커졌다. 학교 문화가 훨씬 더 군대 모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같은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여름 방학 인권연수를 듣게 되었다. 평소 내가 고민하던 부분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 이름이 올라있는 강의 목록을 보곤 급 솔깃! 선착순이라는 말에 서둘러 신청을 마쳤다.


 여행 출발하기 전날과 같은 설렘을 느끼며 연수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기대하며 기다린 보람, 서울까지 올라간 보람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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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이재승 선생님 강의에서 인권의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조광제 선생님 강의에서는 주체와 대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나만의 문자와 언어의 표상체계를 통해 나를 둘러싼 중력장을 바꿀 것을 강조하신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도 인상적이었다.


 연수 둘째 날 서해성 선생님은 한국인의의 오감(五感)이 어떻게 국가 권력에 의해 지배당해 왔는지, 신체의 국유화 과정을 흡인력 있는 강의로 풀어주셨다. 고병헌 선생님의 인권 교육, 이명원 선생님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강의는 공통적으로 인권이라는 것이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인권 친화적 삶으로 인권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마음 깊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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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은 강의 목록을 보면서 “예술”은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의아해했던 나에게 너무나 명쾌한 답을 주신 채운 선생님의 강의는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오창익 사무국장님 강의시간은 짧아서 아쉬웠지만, “인권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권리이다.”라는 정의에서 “누가 사람인가?”, “무엇이 권리인가”,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 이주여성,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인권을 먼저 돌아보라고 하신 답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수 내내 ‘인식주체와 대상’, ‘나와 타자’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연수를 듣고 나서는 나(인식주체)―타자(대상)라는 이분법적 관계 설정 자체가 인권을 시혜적 차원으로 환원시킨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인권이라는 것은 내가 타자에게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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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수 마지막 날인 7월 30일 서울경찰청 기동단 본부에서는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이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 현실에서 인권은 당연한 진리가 아니라 추구해야할 희망적 가치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아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했다. 모르기 때문에 안락했던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잘못된 사회에 대한 분노·막막함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항상 새로운 앎은 새로운 질문을 낳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를 채찍질한다. 인권 연수를 인권을 배우고, 배운 것을 남 주기 위한 실마리로 여겨주길 바란다는 사무국장님 당부대로 이번 연수가 나에게는 인권 감수성을 일깨우고 인권적 삶을 실천하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막막한 현실이지만, 인간다운 삶을 바라는 모두가 함께 외칠 때만이 스스로 인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겨울 연수도 기대해 본다.


 인권 연수를 소개해 주신 윤 선생님과 교사 인권 연수를 준비해주신 인권연대 사무국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인연이 오래오래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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