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108호] 지속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앞날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9-01 12:00
조회
162

허윤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 문제가 가진 복잡성을 이해한다고 종종 말하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직장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목원 대학 강의에서). 또한, 새 정부의 첫 번째 노동관련 행동은 코스콤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농성장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앞 천막을 철거하는 것이었다. 2007년 9월부터 약 200일 동안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 측에 정규직으로 자신의 지위를 승격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여의도에 있는 회사건물 근처에서 농성시위를 벌였다. 자기들 자리가 뉴코아와 홈에버 아울렛의 아웃소싱 직원들로 대체되는 것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랜드 노조원들은 모두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벌금부과를 받았다. 이랜드의 노조원(KCTU)들은 2007년 7월 8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비정규직 직원, 특히 뉴코아 및 홈에버 슈퍼마켓의 계산원들을 해고하는 회사를 고발하였다. 회사 측에서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그들로 하여금 아웃소싱 노동자로 재신청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그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생기는 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노동자들이 이 요구를 거절하고 파업을 결정하자 회사 측에서는 수퍼마켓 몇 군데를 닫아버렸다. 그들은 곧 다시 수퍼마켓 영업을 시작하였으나 이전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다른 회사들에서 아웃소싱으로 들어 온 새 직원들로 교체하였다. 여기에 대한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정치적 또는 이념적 동기를 띤 파업으로 보고 완력을 사용하여 해체시키는 정부의 행동은 공정하지 못해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생계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모든 고용주들이 적어도 2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 법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규직 직원들은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 재해보험 및 국가 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톨릭 사회교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모든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사회 보장, 특히 4대 보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임금 외에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활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 보장’이 여기에서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건강 보험을 위한 비용, 특히 노동 중에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의료혜택이 노동자들에게 쉽게 베풀어져야 하며, 가능한 한 그 혜택은 저렴하거나 무상이어야 한다. 사회 보장의 다른 측면은 ‘휴식의 권리’와 장기간의 휴가, 즉 1년에 한 번의 연가 또는 가능하다면 연중 수차례의 단기 휴가를 포함한다. 사회 보장의 셋째 분야는 연금의 권리와 노후 대책, 그리고 산업 재해 보험에 대한 권리이다. 이러한 기본 권리들의 영역 안에서, 노동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노사 관계를 결정하는 전체적인 특수 권리 체계가 발전되어 나온다. 이러한 권리들 가운데서 노동자의 신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 환경과 작업 과정에 대한 권리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 19항, ‘임금과 기타 사회적 혜택’에서 인용).


080812web01.jpg
파업 400일째를 맞은 이랜드 노조원들이 지난 1일 홈플러스 영등포점 앞에서
‘파업 400일 투쟁문화제’를 열고 회사 쪽에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비정규직 보호법은 2006년에 국회에서 힘들게 통과했으며, 2007년 7월에 실시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도와 그들이 상당한 임금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노동 전문가 및 노동자들의 걱정은 이 법이 실시되기 몇 주 전에 현실화되었다. 어떤 회사들은 실제로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변경했으나, 어떤 회사들은 정규직 직원으로의 계약 갱신을 회피하기 위해 근무기간 2년이 채워지기 직전에 비정규직 직원들을 해고한 경우도 있다. 이것은 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생기는 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한국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즉 그들은 자기가 언제 해고될지 또는 감원이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들은 또한 보험이나 연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2007년 노동부에서는 42,161개 직장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들보다 평균 임금 34%를 덜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정규직 직원의 월급은 한 달에 평균 120만원이다. 이 금액은 정부에 의하면 4인 가족의 최소 생활비이다. 이런 상황은 빈부 차를 더 확대시킬 뿐 아니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했듯이 비윤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아웃소싱(자체 인력이나 설비를 이용해서 하던 업무를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부용역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의 회사들 중에는 상당히 많은 일을 인도와 필리핀의 용역회사로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값싼 외국 인력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절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법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많은 한국 회사들이 더 많은 정규직 직원의 고용을 회피하고 비정규직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외국 인력을 이용할 것이고, 노동자들과의 계약을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 점점 더 아웃소싱을 선호할 것이라 추측된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 노동자들의 고용 기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정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으로의 생계를 위한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보호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보지만, 왠지 답답함이 커진다.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전체 2,17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50
[108호] 제63차 수요대화모임 -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hrights | 2017.09.01 | | 조회 159
hrights 2017.09.01 159
549
[108호] 인권에세이
hrights | 2017.09.01 | | 조회 144
hrights 2017.09.01 144
548
[108호]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7월)
hrights | 2017.09.01 | | 조회 273
hrights 2017.09.01 273
547
[108호] 인권연대 2008년 7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17.09.01 | | 조회 226
hrights 2017.09.01 226
546
[108호] 인권현장 이런 저런 이야기
hrights | 2017.09.01 | | 조회 155
hrights 2017.09.01 155
545
[108호] 평화인문학 발전을 위한 워크숍
hrights | 2017.09.01 | | 조회 152
hrights 2017.09.01 152
544
[108호] 위기에 빠진 인문학 교도소에서 꽃피다
hrights | 2017.09.01 | | 조회 160
hrights 2017.09.01 160
543
[108호] 제8기 교사 인권 연수 후기 -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나누자!
hrights | 2017.09.01 | | 조회 173
hrights 2017.09.01 173
542
[108호] 인권연대 인턴활동을 마치며 - ‘행동하는 열정’을 배우다
hrights | 2017.09.01 | | 조회 148
hrights 2017.09.01 148
541
[108호] 지속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앞날은?
hrights | 2017.09.01 | | 조회 162
hrights 2017.09.01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