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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기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5:05
조회
377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지난 여름 이라크에서 아주 반가운 손님이 왔었습니다. 그 분은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서 이라크에서 파는 바이어의 통역차 한국에 방문했었고 그 분은 2003년 그리고 2004년 한국의 반전평화팀이 이라크에서 활동을 했을 때 평화팀을 도와 함께 활동했던 분이고, 평화팀이 한국으로 완전히 철수한 이후에는 주도적으로 이라크인들 조직하여 전쟁과 점령으로 피해 받는 이라크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NGO를 만들어 활동하려 하였지만, 계속되는 이라크 전쟁 상황으로 인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시다 운이 좋게 예전 한국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에 현재 이라크에서 한국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이번까지 그 분들을 도와 약 3차례 한국에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그분이 한국에 오기 전에도 인터넷을 통하여 그분과는 자주 소식을 주고받았고 이라크 현지의 상황을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사실 그 분을 통해서 듣는 이라크의 소식은 가끔 그 분 주변인들의 경사(결혼식, 출산 등등)들로 반가운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저는 현재의 이라크 사정이 복잡해져 가고 악화되어 가기는 하지만 그 원인에 있어서는 미국의 침략과 점령에 있다는 것에 아주 쉽게 동의했고, 또한 한국 자이툰 부대 주둔도 그 원인의 한축이라는데 있어서도 그러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그 분 입장에서는 평화팀을 통하여 좋았던 한국의 이미지와 미군을 도와 아르빌에서 삽질을 하고 있는 한국 군대의 이미지가 계속 충돌할 것이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와의 비겁한 동맹(? 개인적으로는 종속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반전평화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리 역할을 하는 한국 기업, 한국의 자이툰 부대, 그리고 이 부대를 보낸 한국 정부와 그 정부를 지탱하고 있는 일정부분의 한국인의 여론 등등은 그 분의 판단을 복잡하게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분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지속했던 대화들은 대부분 언제 이라크에 평화가 올 것인지로 시작해서 언제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철군을 할 것인지로 끝나게 됩니다. 그 분 아니 적어도 제가 만났고 관계를 맺었던 대부분의 이라크 분들은 현재의 처참한 이라크의 상황은 전쟁으로 시작하여 점령으로 지속되고 있기에,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서는 일단 점령의 상황이 끝나야 하며, 점령을 끝내기 위해서는 점령의 세력이 이라크에서 제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은 어찌된 노릇인지 한국에서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이고 때로는 비경제적이라고 합니다. 전쟁과 점령이 4년 6개월 일수로는 1600일이 흐르고 있는 지금에도 말입니다.

답답해서 인지 저는 그분과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긴 한숨을 내쉬면서 개인의 일상사로 이야기를 돌리곤 합니다. 그러면서 그 분이 다시 이라크로 가실 때에는 그 분 뿐만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여러 이라크 분들이 사고 없이 무사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 일상의 뉴스에는 매일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죽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그 원인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내전(內戰)이니, 종파간의 갈등이라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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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부대
사진 출처 - 국방부


그러나 내전이나 종파간의 갈등은 현재 이라크 상황의 원인이 아니고 하나의 현상(現想)에 불과 합니다. 즉 현재의 이라크 상황은 부분적으로 이라크 내부 갈등 상황이라는 것과 같고, 또한 내부 갈등의 상황은 부분적으로 종파간의 갈등의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현재 왜 이라크가 내부적 전쟁 상황이고, 종파적으로 왜 갈등이 존재하고 분열이 되었느냐라는 원인은 빠진 상황에서, 이라크의 처참한 상황의 원인이 내전과 종파간의 갈등이라고 하면 이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이 이라크에 평화가 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 원인과 해답을 찾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이는 현재 아르빌에 있는 한국의 자이툰 부대와도 연관이 되는 부분입니다. 초기 자이툰 부대 파병 시 찬반의 논란은 대단히 치열하였으며 안타깝게도 그 논란은 국익에 대한 찬반으로 좁혀져서 종합적인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희, 제마, 자이툰 등의 한국군대가 이라크에 파병 된지도 이라크의 점령상황과 그 기간을 같이 하는 지금 한국 내에서는 더 이상 자이툰은 논란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관심에서 희미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보아도 저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하니 작년 자이툰 연장동의안이 통과되었을 때 단서조항이었던 올해 안의 철군계획은 그 모습을 감추었고 최근에 정치권에서 자이툰 1년 연장의 이야기는 차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즉각 철군을 한다고 하여 당장에 이라크에 평화가 온다고 생각할 수 없지만, 자이툰 부대가 철군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구조, 점령의 구조는 4년 6개월이 흐른 지금처럼 많은 시간동안 유지될 것입니다.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서 지금 당장 내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들 중 첫 번째는 내안에 있는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이라크와 자이툰을 다시 복원하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