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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4강 '우리교과서에 나타난 타문화 왜곡 - 중동 · 이슬람 문화 사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32
조회
823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일본의 한국역사 왜곡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다른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겸허한 존중과 이해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중요한 덕목이요 보편가치일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미화하여 관계당사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진정한 교류와 선린을 막아 버린다면 그 민족은 후퇴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진실왜곡과 일본의 일부 우파 지성인들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자신도 다른 역사와 문화에 대해 어떤 편견과 왜곡된 지식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은지 면밀히 검토해 고쳐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평생 동안 그들의 사고와 가치체계의 절대적 판단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교과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중학교 사회 1』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외국 문화에 역사에 대해 접하는 귀중한 시기이다. 이 때 체득한 지식은 평생 동안 그들의 인식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교과서를 제대로 기술하고, 우리의 입장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작업은 결국 글로벌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민족의 역량을 배가시키는 기초 작업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학교 사회 1』 4종과 고등학교 『세계사』 7종을 분석해보았다. 『중학교 사회 1』에서는 한국의 지리와 세계지리, 그리고 근세이전 세계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 『세계사』는 세계역사를 시대와 지역별로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중학교 사회는 종래 교육개발원 주관으로 전문가 그룹에 의해 집필된 것을 교육부에서 발행했으나, 2001년부터 모든 개인이 집필하여 교육부의 검인을 받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 교과서에 나타난 이슬람 왜곡은 오히려 7차 교육과정에 들어서면서 더 심해졌다. 분석한 교과서는 다음과 같다.
『중학교 사회 1』 6종 | 고등학교『세계사』 7종 |
1) 도서출판 디딤돌
2) 지학사 3) 중앙교육진흥연구소 4) 동화사 5) 금성출판사 6) 고려출판 |
1)교학사
2)금성출판사 3)성지문화사 4)보진재 5)천재교육 6)지학사 7)노벨문화사 |
온통 왜곡 투성이
새로 개편된 중학교 사회 1은 우선 그 편집과 판형, 구성 등에서 놀라운 변화를 주었다. 칼라와 다양한 학습기법, 아기자기한 학습동기부여 등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적어도 외관과 구성에 있어서는 그렇다. 그럼에도 질적인 측면과 내용면에서 같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사회 교과서와 세계사의 경우, 이슬람과 이슬람 세계묘사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오류와 왜곡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바르게 고쳐져서 그 개념이 확연히 정착된 용어조차 과거로 회기한듯한 인상을 준다.
그 중에 몇 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알라신’이라는 표기의 문제다. 유일신, 즉 하나님의 아랍어 표기에 불과한 알라(Allah)가 중학교 교과서에 다시 알라신으로 둔갑하여 등장하였다. 이 용어는 이미 5차 교과서 개편(1989년)으로 유일신 알라, 또는 일부 교과서에서 하나님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이슬람문화에 대한 무지의 극을 보여주는 ‘알라신’이라는 용어가 신교과서 일부 내용에서 일제히 재등장하였다. 이는 알라를 ‘신신’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알라신’ 이라는 표현은 1995년도 판을 사용하고 있는 고등학교 세계사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다음으로 새로 개편된 2종 중학교 사회에서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사진이 일제히 재등장한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이슬람에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인물화나 동물화를 그리지 않는다. 특히 예언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최대의 신성모독으로 여긴다. 그런데도 일부 중학교 사회1 신교과서에서 칼라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를 받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실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는 이미 1995년부터 설교하는 무함마드란 제목으로 이란에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실려 있었지만, 중학교 교과서에는 6차 교과서 집필(1995년 교과서)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외교적 관례와 이슬람에 대한 신성모독을 의미하는 사진을 굳이 교과서에 실을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삭제되었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나, 특별한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집필자의 무지와 비전문가적 소양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이슬람권이 모르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진 않지만 자칫 외교마찰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또 ‘페르시아만’이란 표기도 잘못 됐다. 페르시아만이라는 명칭은 과거 페르시아제국을 이룩한 이란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랍연맹에 가입해 있는 22개국은 모두 ‘아랍만’이라고 사용한다. 미국조차 1991년부터 중도적 의미로 걸프해라고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페르시아만을 고집하는 것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일본과 다를 바 없다. 독도문제, 동북공정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우리부터 되돌아볼 문제다. 이는 이슬람 지리와 역사 용어의 불일치도 마찬가지 문제다.
그 외에도 지엽적인 오류와 왜곡이 수없이 발견된다. 가령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설립년도를 1960년이 아닌 1957년으로 기술한 점, 이스라엘의 독립일을 1948년이 아닌 1984년으로, 캠프 데이비드 중동 평화회담을 1979년이 아닌 1976년으로 본 점 등이다. 특히 이슬람 종교의례와 문화를 설명하는 부분은 현지 경험의 부족과 의례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기술하는 과정에서 상식적이고 초보적인 사실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모호하게 묘사되거나 본질과 다른 설명을 붙이고 있다. 예배를 하루 다섯 번 반드시 모스크에 가서 보아야 한다든지, 예배할 때 엎드려 손을 위로 높이 치켜드는 사진을 실었다든지, 부정확한 성지순례의 묘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부터 교과서의 왜곡 바로 잡아야
교과서에 나타난 이슬람에 대한 소개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동원되던 이슬람의 호전성과 ‘한 손에 칼, 한 손의 코란’이라는 개념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이슬람의 평화적인 전파와 공납감면을 통한 종교세력의 확대, 타문화와 타종교에 대한 관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아직도 기성세대와 일부 언론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 회교, 회회교, 회교도란 용어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이슬람교, 이슬람교도 등으로 바뀌어 통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우선 집필자가 과거에 익숙한 표현과 지식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범한 것으로 보이는 오류가 많아 보이는데, 이는 해당분양의 전문가가 배제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교과서 검증에 철저한 전문가 그룹의 검증과 사전 참여가 요망된다.
또 즉시 교과서에 대한 엄밀한 분석 작업과 수정작업이 진행되어 한다. 무엇보다도 최소인원일지라도 각 지역 역사와 문화전문가 및 일선교사가 포함된 검수위원회를 통해 잘못된 내용을 분석하고, 가장 바람직한 서술 초안까지를 제안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곳으로 남아 있는 인도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분야까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가 교과서의 타문화 왜곡과 오류에 대한 수정 및 재집필 작업에 착수함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이슬람권에서의 수정요구나 외교적 항의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가질 수 있고, 일본과 중국 등 한국역사 왜곡에 대해 지금보다 떳떳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정리 - 허창영(인권연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