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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3강 '이슬람의 소수민족 보호 정책 : 딤미와 밀레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31
조회
1228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연구교수
이슬람은 7세기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태동한 이후 대외 정복 활동을 통해 약 10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만약 이슬람이 무력으로 타 세계를 정복하고 강제력으로 종교를 포교했다면, 현재 이슬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나라에 여전히 이슬람교(이슬람 문화)가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은 흔히 ‘평등의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이슬람이 과연 정말 평등한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이슬람 사회의 구성
과거 이슬람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네 가지 계급이었다. 메카와 메디나를 중심으로 한 원래의 아랍인 무슬림, 이슬람의 정복지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비아랍인 무슬림, 그리고 이슬람의 정복지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지는 않았지만 세금을 지불하며 이슬람의 보호를 받는 비무슬림 피보호민, 마지막으로 이슬람의 영토 확장으로 인한 경제적 효용성을 꾀하기 위해 데려온 흑인과 백인 노예가 그것이다. 노예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민에 속한다.
혹자는 자유, 남자, 무슬림이 이슬람에서 가장 기득권을 누린다고 말하는데, 이처럼 이슬람 사회에서도 공인된 3가지의 불평등 관계가 존재한다. 주인과 노예 관계, 남자와 여자의 관계, 신자와 불신자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 중 신자와 불신자의 관계는 종교적 선택에 달린 것으로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극복 가능하다. 여기에서 이슬람이 가진 종교의 자유성을 살펴볼 수 있다. 무슬림과 비무슬림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고찰 해보자. 과거로부터 이어온 무슬림과 비무슬림의 관계는 각각의 시기별로 관용과 불관용의 정신이 혼재 된 채 이어져 왔다. 또한 이슬람은 다민족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형성된 다문화권으로,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쿠르드인, 유대인, 레반트인, 유럽인 등 민족적으로 소수 집단을 가진다. 그리고 기독교인, 유대교인, 조로아스터교인, 콥트교인 등 종교적 소수집단도 있고, 시아파, 두르즈파, 알라위파, 바하이, 아흐마디야 등 종파적으로도 소수집단을 가진다.
이슬람은 이슬람의 보호를 받는 ‘평화의 지역(Dar al-Islam)’과 이슬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전쟁의 지역(Dar al-Harb)’을 구분한다.(여기서 전쟁의 지역이란 종교적으로 비이슬람권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분을 초월해서, 이슬람은 철저히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la ikraha fi-d-din(종교에 강요란 있을 수 없다 2:256 )”과 “akum dinukum wa liyya dini (너희에겐 너희의 종교가 나에겐 나의 종교가 있다)”라는 코란의 구절에서 그것이 드러난다. 또한 비이슬람권에서 이슬람 지역을 일시적으로 방문한 사람(musta'min)들 역시 이슬람에 의해 보호 받는다. 이제 이슬람의 소수민족 보호정책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딤미와 밀레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슬람이 타종교에 대해 가진 관용성을 살펴보겠다.
이슬람의 소수민족 보호정책 - 딤미
딤미는 이슬람의 4계급 중 비무슬림 피보호민에 속하는 사람들로 이슬람의 보호아래 자신들의 종교적, 문화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이다. 대체로 기독교인, 유대교인, 조로아스터교인 등이 이에 속하고, 딤미들은 이슬람의 보호를 받는 대신 지즈야(jizya)라는 인두세와 카라즈(kharaz)라는 토지세를 납부한다. 이들은 세금 납부의 대가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받고 이슬람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딤미는 Ahl al-Dhimma(계약의 백성)이라는 의미에서 나왔으며,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인만큼 일정 부분 계급적 한계를 가진다. 먼저 딤미들은 이슬람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이슬람종교 의례와 관습을 존중해야 하며 모스크보다 큰 교회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중적 종교의식이 금지되고 기독교인의 유대교 개종이 금지되며, 유대교인의 기독교 개종 금지와 함께 울라마(종교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종교적 한계를 갖는다. 정치적으로는 고위직을 얻는 것이 금지되고 공직에서 배제된다. 사회적으로는 의복과 모자에 특별한 표식을 해야 하고 노란 뱃지를 착용해야 하며 무슬림 여성과의 결혼도 금지된다.(하지만 무슬림 남성은 딤미 여성과 결혼이 가능하다.)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노예 소유가 제한되며, 무슬림이 지나갈 때는 몸을 낮추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유산상속이 금지되고, 인두세를 납부하여야 하는 등의 한계가 있다.
무슬림들은 이러한 딤미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코란은 기독교인에게 호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는 유대인에 대해 미움과 증오를 표시했다. 그 이유는 기독교인은 메디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무슬림과 직접적인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유대교인은 역사적으로 무슬림과의 접촉이 잦아 많은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3세기 이후에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도 악화되어 유대인을 원숭이로, 기독교를 돼지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들은 이슬람 종파들 중 시아파(비교적 강한 율법을 따르는 종파)의 관습이지 이슬람 전체의 관습은 아니다. 18세기 이후부터 딤미들의 위상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서구의 영향으로 딤미들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며 법적, 사회적으로 평등권이 부여되어 오스만 터키 말기에는 인두세가 폐지되기도 하였다. 딤미에 대한 동등권과 평등권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인 특권은 제한받는다. 딤미제도에 대한 연속선상에서, 19세기 이후 중동의 터키, 이집트, 레반트, 이란 등지에서 무슬림 대중과 서구 유럽 자본가 및 이슬람 정부 사이의 중간 역할을 담당했던 비무슬림들이 있는데 이들을 ‘밀레트’라고 한다.
이슬람의 소수민족 보호정책 - 밀레트
밀레트는 무역상인, 금융업자, 중계인, 유럽수입업자와 아랍지역 생산업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였고 자유전문직 종사자, 의사, 역사가, 기술자, 건축가, 변호사, 주식 중계인 등의 직업을 가진다. 아르메니아인, 그리스인, 유대인, 러시아인, 터키인 레반트인, 기독교인 등을 밀레트라고 할 수 있는데, 밀레트는 씨족 중심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같은 종교 소유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종교적 협력을 이룬다. 즉, 동일 인종이나 종교를 가진 외부 세력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밀레트들은 무역 이득으로 부동산 구입 및 은행업을 도맡아 이슬람 지역의 경제권을 장악하였고 종교적, 문화적으로 자유를 누렸으며, 이들은 18세기 19세기를 거쳐 터키와 이집트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밀레트의 경제적 역할이 확대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군대, 종교, 정치 부분으로의 진출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연히 무역, 사업, 전문직으로 밀레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소수 민족으로서 그들이 가진 부족 중심의 단결력 또한 밀레트 상호간의 경제적 협력을 가능케 하였다. 높은 교육수준을 발판으로 밀레트들은 전문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 수에즈 운하의 개통과 내륙 산업의 쇠퇴에 따라 항구 중심의 무역이 발달하게 되자, 밀레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역업에 집중하여 경제적 역할의 확대를 이룬 것이다. 밀레트가 이슬람 세계에서 과도한 경제적 이득과 성공을 쟁취하고 그들이 이슬람의 전통적 가치관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자, 무슬림들의 견제와 질시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밀레트도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교육의 광범위한 확대와 계몽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밀레트들이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전문직이 일반 무슬림들에게도 개방되었다. 1948년에는 이스라엘이 독립하고 4차례의 아랍-이스라엘 및 중동 전쟁이 발생했고, 국가 산업의 국유화 조치가 확산됨에 따라 밀레트들은 경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의 경우에는 무슬림과 밀레트간의 내전이 확산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딤미와 밀레트의 변화는 이슬람 세계의 정치적 상황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딤미와 밀레트 제도는 이슬람 문화가 가지는 관용성과 포용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비록 정치적 제약이 가해지긴 했지만 딤미와 밀레트들은 종교적, 경제적, 문화적 자유를 누리고 있었고 자치가 허용되는 등 공존과 자유, 화합을 추구하는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 - 장미은(인권연대 인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