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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혐오에 대하여 (조소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7-05 16:46
조회
162

조소연/ 회원 칼럼니스트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약 60만 3천 명의 동의를 얻어 몇 주째 진행 중 청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난민 수용 이슈에 관해 첨예한 대립이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 수용 입장과 자국민보호 입장의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스크린샷


 이번 제주도 사태에서 예멘 출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거는 경제적 부담과 치안 우려이다.


 먼저 난민을 수용 할 경우 우리나라 정부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지 통계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유엔난민기구가 19일 발표한 ‘글로벌 동향보고서’를 보면, 1994년 4월 이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4.1%이다. 난민신청자 전원에게 생계비가 지원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원금 액수는 1인당 최대 매월 43만 원으로 최대 6개월간만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난민신청자의 규모와 난민 인정률로 보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난민수용을 반대하기에는 지원금 액수가 적은 상황이다.
 
 다음으로 치안과 관련하여 테러범죄와 각종 성범죄 위험에 관한 우려가 크다. 난민 수용 이후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난민에게 관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제시한 독일 연방 범죄수사국(BKA) 통계자료를 보면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 범죄율이 독일인 범죄율보다 낮다. 물론 유럽 내 쾰른 집단 성범죄 사건 등 이민자 들이 주도한 범죄가 여러 번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사건들만을 근거로 북아프리카와 아랍 출신의 난민이나 이민이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만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한국 출신이민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하고 한국인 이민신청을 금지한다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까? 반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개별 사건을 이유로 특정 국적, 인종, 종교를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무리수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낯선 것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경계하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과 경계는 잘못된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동물이 가지는 자연스러운 본능적 반응이다. 그러나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본능이 지금 현대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태원 지역은 과거에 ‘양키’들이 많다는 이유로 위험한 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의 이태원은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인기지역으로 변했다. 외국인들과 직접 교류할 기회가 전보다 많아지고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자주 접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어 우리 사회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중동 출신 난민들도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불과 50년 전 6.25전쟁을 전후로 미국, 중국으로 전쟁난민과 정치난민을 배출하던 국가였다. 중동 출신 난민들과 처음 대면할 때는 당연히 그들의 인종과 종교부터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본능적인 두려움을 잠시 제쳐두고 그들의 어린 시절, 가족, 일상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 인간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제주도 난민 기사를 읽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피부가 검은 낯선 이들이 제주도를 위협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은 6.25전쟁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정치난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식당 설거지부터 시작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간 재미교포들을,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던 억울한 순간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조소연: 프로불편러 대학원생.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나누다 보면 불편할 일들이 점점 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