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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그놈 (김한빛)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7 11:40
조회
378

김한빛/ 청년 칼럼니스트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지만 전남대 학생들은 지금 누가 학생회장인지 모른다. 3월의 법원의 판결 후에나 전남대 학생들은 회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법원의 판결과 학생회가 무슨 관계 일까? 현재 운동권 학생회인 "액션"은 비운동권 학생회인 "전설"에 대하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마쳤다. 그리고 "전설"은 "액션"에 대하여 '총학생회 명의도용죄'로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최소한 3월의 직무집행정지 판결 후에나 양측 중 진정한 총학생회 관련 문제가 일단락된다. 이러한 문제는 기성세대들의 선거에서나 발생될법한 문제들이지만 대학 학생회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자유당 시절의 선거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회 선거

양측의 이러한 대립은 2010년 총학생회 선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전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남대 학생회는 운동권출신의 학생회가 단독 선거로 전남대를 이끌어 오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학생들은 기존의 운동권 대신 새롭게 전남대를 설계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전설'이라는 비운동권 출신의 학생회를 새로운 학생회로 선출한다. 이 와중에 '총학 간부 뉴라이트 홍보물 부착 사건', '사회대 선관위 자질 거론 사건', '개표 중단' 등 많은 논란들이 발생했다. 전설측이 당선된 후에도 1년 동안 운동권출신의 단대학생회와 중앙학생회관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되었고 크고 작은 많은 잡음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번 학생회 선거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의 선관위의 경고 조치, 서로에 대한 비방, 후보자 자격 박탈, 투표함 분실 사고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정치인들에 뒤지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 하고 있다. 표심을 의식하다 보니 아무래도 포퓰리즘적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퓰리즘적 정책은 비단 국회에서만이 아니라 대학에서도 남발되고 있다. 전남대학교에 BTL기숙사가 만들어진 이후에 끊임없이 기숙사 의무식사 제도에 대하여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후보자들은 매번 의무식을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기숙사 학생들은 의무식으로 식사를 한다. 사실 기숙사 의무식 문제는 학교에서 미숙한 계약체결로 인해 발생된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회역량 밖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후보자들은 의무식 해결을 가장 큰 공약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밖에도 학점포기제, 학생이 뽑는 총장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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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투표장에서 투표에 참여한 학생에게 학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출처 - 아시아투데이


 

중립성을 잃은 선관위원회

매년 학생회 선거가 되면 선관위원회가 만들어 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관위 구성은 중립성을 잃은 선관위다. 선관위원장은 단과대 회장 중에서 뽑지만 결국 그해 총학과 같은 출신이 선관위원장을 맡게 되고 구성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립성을 잃은 선관위는 매번 기준 없는 경고 조치 내지 심한 경우 상대 후보자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 조치를 한다. 결국 이러한 제도상의 결함은 보복적인 악순환의 문제를 야기 시킨다. 2010년에도 2011년에도 마찬가지로 중립성을 잃은 선관위는 선관위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성장통을 잘 극복했으면

많은 사람들은 총학생회와 국회의원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은 법 제정을 통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본질적으로 그러한 권리가 없기 때문에 역할이 다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여 학생들이 겪는 문제를 학교와 사회에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 개개인으로는 본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타크로스 같은 공약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본보기가 없기 때문인지 학생회 선거는 많은 부분들이 기성세대의 선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선거 참여는 어른들의 선거 투표율만큼이나 매우 낮아 매번 연장 투표를 한다. 또한 토론과 대화보단 운동권, 비운동권식의 이념에 따라 투표를 한다. 더욱이 학생들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관련한 토론은커녕 구체적인 공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학생들이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정선거의 시비를 없애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중립성이 있는 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선거가 있기 두 달이나 세 달 전부터 선관위를 모집하여 구성하거나 학교 홍보대사 등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선관위 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대학 학생회 선거의 문제들은 팔구십년대의 학생회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한 성장통인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고 나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와중에서 기성세대의 잘못된 선거 문화를 배우기보단 대학생다운 선거 문화를 형성했으면 한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이 대학의 선거 문화를 배우는 날이 오고 이를 통해 사회의 여러 곳에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