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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설리번이 필요하다 (정재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1:52
조회
339

정재호/ 청년 칼럼니스트



지난 학기동안 나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특수학교에서 매주 봉사를 하였다. 내가 봉사를 하였던 학급은 4명의 학생이 있는 학급이었다. 같은 지적장애라고는 하여도 각 학생마다 폭력적 행동을 하는 유형, 특정 이상행동을 하는 유형 등 학생별로 교육시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주교사와 보조교사에 나까지 어른 세 명이 거의 일대일로 아이들을 지도하여야 했다. 어른 세 명이 아이 네 명을 지도하는데도 봉사가 끝나고 나면 나는 집에 가서 빠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낮잠을 청해야 했다. 어른 한 명이 학생 한명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특수교육,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장애학생이 가진 장애와 장애수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교육할 시에는 그에 따른 학생 개별화 교육이 필수적이다. 일반학급보다 학급당 학생 수가 현저히 적은 이유도 장애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개별화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면 더디기는 하겠지만 장애학생도 일반학생처럼 제대로 익히고 배울 수 있다. 허나 정부가 법정기준에 따른 특수교사를 충분히 뽑지 않기 때문에 개별화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특수교사 1명 당 담당하고 있는 장애학생 수는 6.8명으로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특수학교, 특수학급에서는 각각 법정기준에 따른 학생 수보다 2 내지 3명 많게 학급을 편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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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가 학기 중에 실시했던 순회 언어치료 활동 모습
사진 출처 - 아시아뉴스통신


 

2011년을 기준으로 특수교육교원 정원 확보율은 61.6%였다. 수로 말하자면 특수교사 6,930명이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그 이후의 특수교육교원 충원율은 2012년에는 55.9%, 2013년에는 58.6%로 50%대로 떨어졌다. 일반교사의 정원 확보율이 거의 100% 가까이 채워지는 것에 비해 그 비율이 너무나도 초라하다. 일반학생이 아닌 장애학생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올해 11월에 실시되는 2015학년도 특수교사 임용시험에서도 정부에서 뽑는 특수교사의 수는 고작 유치원 36명, 초등 86명, 중등 98명으로 총 220명에 불과하다.

부족한 특수교사를 보충하기 위해 특수교육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특수교육교원 자격이 없는 교사 및 기간제 특수교사를 고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있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담임교사 4,023명을 표본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 중 276명, 약 7%가 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인권운동과 사회주의운동으로 유명한 헬렌 켈러, 뛰어난 음악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스티비 원더 모두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활동했던 분야는 달랐지만 헬렌 켈러와 스티비 원더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에 맞는 교육을 시켜주었던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교사가 있다면 그들의 장애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를 위한 첫 번째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정재호씨는 법과 제도로 인권 보호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있는 법학과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