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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젊은이들에게 조국의 미래를 본다(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1-15 18:52
조회
426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덕수궁 돌담길 거닐다보면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 중명전이다. 중명전은 특사로 파견된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대신들을 불러 모아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한 장소이다. 이곳에 가보면 일제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해간 생생한 역사적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역사박물관으로 잘 꾸려져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중명전을 방문하여 일제의 서슬 퍼런 위협 앞에 속수무책 외교권을 강탈당한 대한제국의 비참한 최후를 보고 분노와 울분을 삼키며 식민의 아픔을 뼈속깊이 새기는 역사학습을 하고 있다.


 중명전과 담 하나로 맞닿아있는 장소가 있다. 미국 대사 해리스의 숙소다. 대한제국 시절 미공사관 터에 지금은 미 대사관저가 있다. 미국과 한국이 밤낮이 서로 다르다보니 미 대사관저는 대사의 숙소도 있고, 미 대사의 집무실도 있다. 미 대사관저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 대사관저를 방문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아무나 그곳을 방문할 수 없다. 왜냐하면 특별경비구역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늘 특별경비를 서고 있다. 어디까지 경비를 서냐면 미 대사관저 곳곳에는 담벼락 위에 철조망이 있고 물샐틈없이 경비초소가 설치되어 한국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 대사관저 중 유일무이한 특별경비구역이다.


 미 대사관저를 방문하여 미 대사를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한국의 국익을 위해 미 대사에게 할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어본 기억이 없다. 미 대사관저를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미 대사는 한국의 대통령이 종북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고, 방위비분담금 증액 이야기를 스무번 반복해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들이 넌지시 언론에 흘러나왔다. 망발을 하는 미 대사에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온통 꿀먹은 벙어리가 된 모양, 체념한 듯 회피하는 듯하다. 중명전 앞 마당에서 미 대사관저를 경비하는 경찰을 보며 과거와 현재를 곰곰이 씹어보며 미 대사관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추해 본다. 데자뷰랄까 기시감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어느 날 미 대사관저에 한국의 청년들이 떼 지어 월담시위를 하고 미 대사관저에서 농성시위를 하며 미 대사 해리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강요를 규탄한 적이 있다. 한국의 경찰들이 출동하여 모두 연행하였고 그 중에 네 명은 석 달 가까이 구속되어 있다. 미 대사는 청년들의 월담시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는 안전하다며 한국경찰에 감사인사를 하였다.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에게 한국 내 외교시설에 대한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돌출행동으로 미 대사관저의 안녕을 해한 월담시위 청년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를 약속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경비를 실천하고 있다. 지금 미 대사관저는 더욱 강화된 경비를 받으며 그 안에서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민 누구도 볼 수도 알아서도 안 되는 특별구역이 되었다.


 미 대사관저의 특별 경비를 뚫고 사다리를 타고 월담시위를 감행하여 미 대사관저 내에서 미 대사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6조원)을 강요하는 해리스 대사의 망발을 규탄 항의농성을 벌였다는 이유로 구금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네 명의 젊은이들은 지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판사가 영장실질심사 당시 이들에게 주동자가 누구냐고, 배후가 누구냐고 법정에서 물었다. 성인에게 배후와 주동을 묻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반격이 법정에서 나왔다. 판사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이도 있었다. 불구속으로 석방된다면 다시 미 대사관저 등에 진입하는 시위를 할 것이냐는 판사의 질문에 네 명의 구속자들은 응당 해야 할 일을 실천할 것이라고 하기도 하였고 질문 같지 않은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들 네 명의 젊은이들은 공안검사 앞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였고, 서명날인을 거부하였다. 검찰의 소환 조사 전에 이들은 일체 진술을 거부하는 자신들의 의사를 명백히 알리는 자필진술를 제출하며 검찰의 피의자신문은 아무런 실익도 없고 무용한 수사행위이고 자백 강요에 해당한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불필요한 피의자신문을 하지 말 것과 피의자신문을 강행하는 경우 진술거부권 행사 의사를 확인하는 순간 바로 신속히 조사중단을 요청하였다. 공안검사는 두 명의 오전 조사에서 각 5분 진술거부권 의사를 확인 후 조사를 중단하였고, 나머지 두 명의 오후 소환조사는 조사의 실익과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정된 조사를 취소하였다. 이들 젊은이들은 공안검사를 상대로 당당하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행사하여 검사로 하여금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를 상대로 불필요한 조사를 장시간 진행하는 부당한 수사관행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바로 이들 젊은이들에게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의 선택지, 우리가 감히 생각하기도 어렵고 실천은 더욱 어려운 그것이다. 당당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당당하게 처신하며 어떠한 희생에도 굴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있는 그대로 지키며 싸우고 관철해나가는 자신감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고, 우리나라가 현재 갖고 있지 못한 당당함을 우리는 언제,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이들 젊은이들의 미 대사관저 월담시위는 오늘 미국의 횡포 앞에 농락당하는 우리들의 자존심을 세우며 온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며 주권을 당당히 행사한 역사적 장거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의 국익을 위해 싸우다 부당하게 구금된 이들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졌다. 당당히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함에도 이들 양심들을 부당하게 지금껏 구금하는 이 나라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당당하게 사는 것, 이 나라가 당당하게 서는 것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