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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의 역발상이 필요할 때(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0-19 16:20
조회
1067

장경욱 / 인권연대 운영위원


 

 우리사회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나는 선, 너는 악’이라는 식의 풍조가 강하다. 흑백의 논리구조에 익숙하다. 개인 간이든 집단 간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내로남불 사회’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내로남불’이 습벽이 된 우리사회에서 동일한 잣대의 적용이 없다. 보편타당한 잣대가 아니라 이중, 삼중의 잣대로 자기 합리화와 자기 정당화에 익숙하다. 나와 내편에 대한 점검과 반성은 설 자리가 없다. 남과 다른 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고 나와 내편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그 누구도 악으로 규정하기 십상이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자기편향을 극복하고 서로 다른 상대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정신으로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대화와 협력으로 보편타당한 상식이 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내로남불’ 사회의 잘못된 풍조를 극복하는 길이다.


 ‘내로남불’ 사회를 조장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장애물 중의 하나가 한반도 분단냉전체제이고 국가보안법이다. 분단냉전체제에서 비롯된 외세와의 군사동맹의 논리가 ‘내로남불’의 극치다. 이에 혹여 토를 달았다가는 적으로 간주되어 종북몰이를 당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위협과 처벌에 직면하게 된다.


 외세가 남쪽 땅에 배치하였던 핵무기나 연합훈련을 위해 수시로 전개하는 핵 전략자산은 방어용이고 북의 핵무기나 미사일은 언제나 적화통일의 수단으로 치부되거나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도발로 간주된다. 한미동맹은 아무리 종속적이어도 북의 위협을 빌미로 불가피한 것으로 수용된다. 그 누구든, 심지어 대통령이라도 감히 북 핵과 미사일의 자위적 성격을 입에 뻥끗했다가는 사회정치적으로 생매장을 당할 수 있다. 북보다 수백 수천 배 더 많은 핵(미사일) 실험과 핵 (미사일) 보유 및 핵(미사일) 전력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는 나라가 동맹을 앞세워 76년째 주둔하는 현실이 합리화되고 정당화되고 있다.


 급기야 을사늑약 이후 40년 동안 조선을 식민지배한 전범국가의 전범기를 앞세운 연합 군사훈련마저 불가피한 선택으로 용인될 지경에 이르렀다. 동족 악마화의 논리는 교전권과 전력보유를 금지하는 평화헌법을 부정하며 군국주의의 부활로 치닫는 일본과의 군사안보협력을 정당화하며 한미일 군사훈련의 상시적 전면화를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치달을 기세다.


 동족을 악마화하는 외세의 편에서 외세에 의존하는 자기 합리화와 자기 정당화의 궤변은 우리사회의 역사 왜곡과 현실 인식 결여 및 윤리의 실종을 초래하였다. ‘내로남불’의 억지 주장이 상식으로 둔갑되고 진실인 양 행세하며 온 사회를 뒤덮게 되었다. 친미사대 동족대결의 논리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내로남불병’이다. 가히 치유 불능의 분단정신병이다.


 ‘내로남불 분단정신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역발상이 필요하다. 한반도 분단냉전체제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에 대한 반성과 인식의 대전환만이 ‘내로남불’의 습벽을 고칠 수 있다. 역사를 바로 잡고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상식과 진리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친미사대 동족대결의 자기 합리화, 자기 정당화의 기만에서 벗어나 한반도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동족을 존중하며 화해하고 포용하는 한국사회로 거듭나야 우리민족이 상생 번영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친미사대 동족대결의 ‘내로남불 분단정신병’을 치유하기 위한 역발상은 어떻게 가능한가. 철저한 점검과 반성이 필요하다. 거꾸로 하면 된다. 동족의 의견과 제안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동족과 화해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외세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 당장은 동족과 외세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한 중재자가 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동족을 반국가단체로 매도하며 동족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유사한 주장을 하여도 국민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온 국민을 상대로 동족을 악마화하며 동족대결의 흑백논리를 강요하고 세뇌시킨다. 동족의 모든 것을 부인하고 비난하는 것만이 용인되는 흑백 논리의 압도적 힘 앞에서 이를 거부하고 저항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가보안법은 ‘내로남불’의 역발상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에 저항할 용기가 없는 식민의 노예들에게 차려지는 것은 ‘내로남불’의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 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을 찾을 수 없다.


 작금의 한반도 핵전쟁 위기의 도래를 맞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지배적 풍조로 자리잡은 ‘내로남불’의 반이성적 악순환의 논리에서 벗어나 역발상을 통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한반도기(출처- 위키백과)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