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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 (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3 17:56
조회
310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2008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KTX를 타고 그의 고향 경남 봉하마을로 돌아갔다. “야~, 기분 좋다”고 외치는 그의 표정은 상기되어있었고 모처럼 여유가 넘쳐 보였다. 슬리퍼에 셔츠 차림으로 집 앞에 나선 그의 모습은 ‘놈현스러운게’ 아니라 노무현다워 보였다. 이제 시민으로 돌아온 노무현. 그의 5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의 바람대로 제 발로 걸어서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만은 일단 이룬 셈이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이룬 여러 성과와 노고를 생각한다면 박수를 쳐드리고 싶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는다. 그가 남겨놓은 숱한 논란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내세운 주요정책 때문에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 있어 박한 편이다.

‘노명박’, ‘이무현’이란 우스갯소리도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 활동 2개월이 참여정부 5년을 겪은 듯 피곤하다는 얘기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타일에서 유사점을 찾기도 하고, 개혁과 실용이라는 차이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미FTA가 그렇고 이라크 파병이 그렇다. 아마 많은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대표적인 정책들일 것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사이익으로 삼아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실용과 성장주의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는 셈이다. 오히려 더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는 4월 미국 방문에 앞서 한미FTA 국회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는 얘기도 들리고, 이라크 쿠르드 지역 석유개발을 따낸 것을 자랑하며 앞으로 자원외교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 쿠드르 유전개발의 경우 현재 불안정한 이라크나 쿠르드 상황에서 유전개발권 보호를 이유로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간을 또 연장하는 수순으로 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동안 국정수행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비판문화 형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있어서 참여정부의 기조와 다르게 갈 경우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분명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두 가지 문제에 있어서는 그의 목소리가 이명박의 목소리와 얼마나 차별성을 가질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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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환영행사가 끝난 뒤 사저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친노그룹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의 경우 현직 대통령보다 전직 대통령의 임기가 더 길다’고. 분명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직 그의 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책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 전 TV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무실 한 쪽벽에 간직하고 있던 2002년 그를 지지해준 국민들의 편지와 사진들이다. 그 속에 담긴 지지자들의 마음을 아직 잊지 않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