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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교의 창조적인 평가가 우선해야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1:40
조회
265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한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인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자에게 가장 기본적인 상식은 ‘평가를 안 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렇게 평가를 하면 교사들이 눈치가 보여서라도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평가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가르친다는 지적은 학교의 현장을 몰라서 하는 얘기이다. 이번에 발표된 학업성취도의 결과를 보더라도 주요 과목 학력 격차의 주요인은 빈곤, 부유층 밀집도 등 사교육에 의한 격차로 나타났다.

나는 비교적 저소득층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북에 있는 학교에 근무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10개 이상의 교과목을 배운다. 중간, 말 등 시험성적이 다른 학급에 비해 학급평균이 10점 이상 높은 학급을 지도하는 담임교사가 있었는데, 영어가 아닌 언어를 가르치는 교과목 또한 학급간의 점수가 10점을 넘어 20점 이상이 차이 나도록 교육시키고 있었다. 1년 동안 그 학급의 학생들은 많은 교사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지만 내가 바라본 학생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학급의 학생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자율학습을 했고 방과 후에도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면서 교사가 실시하는 평가 시험에 통과해야만 귀가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교사의 과목을 학습하는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되었다. 그 교과목 시간을 위해서 다른 교과목 시간에 몰래 공부를 하고, 심지어 그 교과목 시간이 지난 후에 등교를 하거나, 교과목이 들어있는 날에 결석하는 학생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그 교사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학년을 마치고 올라간 학생들은 새 담임교사와의 적응문제로 더 많은 방황을 하기도 했다.

 

 

6000186787_20090217.JPG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16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지난해 10월
치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순일 광주교육감, 안 장관,
공정택 서울교육감, 신상철 대구교육감.       사진 출처 - 한겨레




   관리자(교장)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유능한 교사로서 교원평가에 당연히 최우수교사에 속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중간·기말 성적표 한 장으로 자녀의 가치를 가늠 질하고 교사를 평가한다면 그 담임교사는 더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사일 것이다. 동료교사들도 그 교사의 교육적인 열정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행학습과 평가에 의해서만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전인교육이 중요한 학교에서 성적에 의해서 평가되는 학생들 보다, 학생과 학생을 둘러싼 환경(부모, 친구 등)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교사로서 학생이 무엇에 관심 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며,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 행복하고 창조적인 인생을 준비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진보연대 장대현 대변인은 “우리나라 안에서 서열화하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경쟁력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며,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획일화해 평가하기보다는 다양한 방면에서 발현되는 창조적인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8학년까지 전국 단위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를 빨리 익히는 학생, 공부가 늦되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란다.

교사들이 평가해야 할 학생은 성적으로 평가된 학생의 모습 보다는 어떤 꿈이 있는지와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를 생각해야 하진 않을까 좀 늦되는 학생도 기다리는 여유도 가지면서 말이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