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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는 PSI 참여 (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21:57
조회
225

이재상/ CBS PD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인 PSI 참여문제가 논란이다.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리고 2006년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포함된 제재방안의 이행도 밀어붙일 태세다.

우리 정부도 ‘때는 이 때다’를 외치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인 PSI의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PSI 전면참여를 통해 북한과의 대립을 공식화 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공조강화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PSI 참여문제는 뜨거운 감자라서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고 PSI가 아니더라도 남북해운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북한선박에 대해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PSI는 국제적 규범이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책임을 다하는 것일 뿐 북한 로켓발사와는 별개로 검토해오던 사안이란 입장이다. 또한 PSI가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괜히 긴장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마당에 이번 조치는 강경일변도로만 치닫던 남북관계에서 마지막 고삐마저 놓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키리졸브 훈련기간 동안 개성공단 통행중단 조치가 취해졌듯 이번 PSI 참여로 인해 남북간 경협도 더 경색되고 무력충돌의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이런 긴장고조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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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여를 보면, 정부가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굉장히 강경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무기력함과 자포자기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위기를 증폭시키기 보다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다리는 전략과 강경대응 외에는 보여준 것이 없다. 대화의 기술이나 전략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이고, 이미 꽉 막힐 대로 막힌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747공약이 실질적 알맹이가 없는 빈 공약이었듯 비핵개방 3000도 거기에 버금가는 깡통계좌로 전락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또한, 미국과의 공조강화가 남북관계의 해법이 될 수 없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유추가능하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6자회담을 거부하고 그동안 진행해온 핵불능화조치도 다시 되돌리고 폐연료봉 재처리에 돌입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경수로 건설도 검토하겠단 카드도 꺼내들었다. 예상보다 강경한 반발이다. 여기엔 북미 직접대화로 가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다. 하지만 북미대화는 상당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북미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남북관계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는 우리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상당한 비용과 대가가 요구될 것이다. 결국 PSI 전면참여가 북한에 강경대응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국제사회와 공조한다는 명분을 얻을지 몰라도 실리와 실용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이상 고온으로 때 이른 여름이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간에는 봄은 고사하고 여전히 기나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에는 언제쯤이나 ‘실용’의 봄이 찾아올까.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