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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에 대한 단상(斷想)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23:32
조회
238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미국이 드디어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서기로 결정하였다.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전환적 국면이 예고된 바 있다. 닫혔던 물꼬가 트이면 길이 생기듯 북미 간 고위급 양자대화의 흐름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혹자는 북미 양자대화의 시작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로 인한 국제적 압박이 효과를 거둔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능동의 힘과 수동의 벼랑 끝 처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헷갈린 나머지 정세 변화의 특징과 본질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로켓발사, 핵실험, 미사일 발사, 폐연료봉 재처리, 추출된 플루토늄 무기화, 우라늄농축시험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군사적 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미 간 고위급 협상이 시작되는 정세의 전환적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것이 정세 변화의 특징이다. 나는 정치, 군사적 외교 협상력은 힘의 역관계에 의해 규정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의 비핵화에 기여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비핵화군축협상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북미 간 정치군사협상으로 나아가고자 시도하는 정세이다.

이러한 정세 변화의 규정력과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때,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하여 아직도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의식에 사로잡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무지한 혹자들에 대한 과학적 비판이 가능해진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을 이제는 채울려고 나서야 하고 능히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와 이와 맞물려 전개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및 분단극복을 위한 북미간, 남북간 정치군사협상과정에서는 반드시 모든 문제를 포괄적,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들이 합의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증진되는 가운데 합의사항이 철저히 이행되어야 한다.

모든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근본적 해결을 위한 방안의 합의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볼 때, 향후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한반도 통일을 촉진하는 정치군사협상과정에서 제기될 의제 중에는 북핵 폐기와 함께 이에 상응하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유엔사 해체 및 외국군대의 철수, 남북 사이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반도에 주둔하는 외국군대는 주한미군 밖에 없다고 볼 때,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정치군사협상의 의제에서 핵심적 사안으로 의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절대로 없다. 혹자는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로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미 사이의 쌍무협정이므로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는 한미 사이의 문제일 뿐 북미 간, 남북 간 진행될 정치군사협상의 의제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함께 한반도에서 50년 이상 지속된 북미, 남북 적대 관계로 인하여 첨예한 핵 대결 상황까지 벌어진 군사적 대치와 긴장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치군사협상에서 포괄적, 근본적 해결방안의 합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관념적인 주장이다.

정전체제에서 전개된 한반도의 전쟁위기, 핵 위기, 한미군사동맹, 한미군사훈련 등 제반 상황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예를 들어 열거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 주둔의 역사적, 현실적, 법리적 측면 그 어떠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실질적 문제로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090917web01.jpg김명길(왼쪽)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샌타페이에 있는 주지사 공관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북미 양자회담이 정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북미 간 간극은 여전하다.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를 순조롭게 원만히 해결하자면 미국이 첫째로 대북적대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북미관계개선으로 나가야 하고, 둘째로 북미 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해 지체 없이 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 철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과 달리 미국은 북핵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일탈국가의 비정상적인 대량살상무기 보유의 문제로 주한미군의 주둔과 무관하게 폐기되어야 할 문제라 단언하고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및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는 입장이다.

평화체제의 당사자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쟁에서 핵심 중의 하나인데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을 평화협정의 직접 당사자로 하여 주한미군 철수를 규정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고, 미국이 평화체제의 당사자는 남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북미 간 양자대화에서 북미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결과는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가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되고 북한 핵무기의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고받는 내용을 가지는 평화협정의 체결로 타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러한 획기적 정세 변화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대북적대의 상징이라 할 한미군사동맹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핵심적 과제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금기하거나 회피하는 정책을 완고하게 고수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정치군사협상 과정에서 난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평화체제의 당사자 지위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2009년 오늘 ‘북미 사이의 평화공존’이라는 본질을 향해 발전해 가고 있는 전환적 국면이 도래하였다. 그리고 현재 조성된 역관계로 보면 이러한 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질 것이다. 북미 양국은 멀지 않은 시간에 북미 사이의 평화체제가 주한미군이 철수되는 평화인가를 놓고 중대한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과정에서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주한미군이 나가는 내용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하여 정치군사협상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역할을 다함으로써 자주적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그 날을 꿈꾸어 본다. 법률가로서 남북의 법률가들이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 강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안을 준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