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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명박산성과 2차 명박산성(김희수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6:09
조회
203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백성의 원성도 줄어들 것이다. 위엄과 사나움만 가지고는 원망을 막을 수 없다, 위엄만 앞세워서도 안 되고 법이 너무 가혹해서도 안 된다. 사납게 정치해서는 백성의 원성을 막을 수 없다. 마치 넘치는 홍수를 막으려는 것과 같다. 홍수로 인한 피해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니 어찌할 길이 없다. 제방을 터 물길을 다른 곳으로 흐르게 하는 일만 못하다.”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6세기에 정나라 재상을 지낸 자산의 말이다. 까마득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하는 자들의 행태는 비슷하고, 문제점도 비슷하며 힘없는 백성이 겪는 고초도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이 정부는 법치주의 생떼를 부리며 수많은 촛불 시위자 처벌(위헌결정),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무죄),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기소(무죄) 등을 자행한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나움이 그 정도를 넘치자 원망도 같이 넘쳐흐른다.

더하여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처리는 사나움을 넘어서 광기까지 번득인다. 국회에서의 예산자료 요청을 묵살하고, 국가재정법을 탈법적으로 우회하여 국회 예산심사를 회피하면서 경제적 타당성조차 검증받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는 졸속으로 추진하며 안중에도 없고, 앞으로 생태계 파괴와 문화재 훼손 등으로 이어질 미래의 모습까지 상상해 보면 흡사 ‘막가파’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오만한 행정 권력 행사에 백성의 의사가 깃들 자리는 없다. 그래서 국민은 정말로 피곤하다. 백성이 피곤해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정부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자, 4대강 사업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 말잔치를 벌린다. 그래도 국민의 70%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그래도 정부는 물길을 다른 곳으로 흐르게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국민은 더욱 피곤해지고 있다.

4대강 물줄기를 막겠다고 백성도, 절차 및 과정도 무시하고, 그저 몰아붙이는 현 정부의 짓은 여론을 가로막는 제방을 쌓는 것과 동일하게 보인다. 국민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짓’이다. 소통은 나와 다른 자, 집단들과의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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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4대강 예산 삭감을 위한
비상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 소 수입을 계기로 촉발된 민중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가 온 들녘에 울려 퍼지자 정부는 서둘러 컨테이너 명박산성을 쌓았다. 컨테이너 명박산성이 국민과의 소통을 막는 1차 산성이었다면, 4대강 사업 강행은 국민과의 소통을 만천하에 거부․선언한 2차 명박산성이다.

명박산성을 높이 쌓을수록, 4대강 제방을 높이 쌓을수록 국민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백성의 원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모든 제방과 산성을 무너뜨리는 홍수가 발생할 것이다. 국민의 힘에 의한 홍수는 역사상으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현 정권이 4대강을 막는 행위는 마치 홍수를 부르는 짓처럼 보인다.

갈등과 분열, 강행의 대가는 그대로 힘없는 백성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몫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어찌되건 현 집권자들은 역사 앞에 명박산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의 주인인 백성은 힘들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