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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란...(이재상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7:23
조회
182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를 두 동강 내버렸다"면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완결편이 벌써 나온 셈이다. 지난 10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햇볕정책은 폐기되었고, 그동안 남북간 합의들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전면적인 대결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북한도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동안에는 당국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선무방송, 주적개념, 팀스피리트 훈련 등 잊혀졌던 단어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잊혀졌던 단어가 또 하나 떠오른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하던...

잘 살펴보면, 아니 그냥 대충만 살펴봐도 한반도는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94년인가 1차 핵 위기 때도 한반도는 전쟁 발발직전 상태까지 갔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폭격계획을 세웠었고, 북한에선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다. 이러다간 버르장머리고 뭐고 한반도가 잿더미가 될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햇볕정책 아닌가? -햇볕정책도 북한이 좋아서 친북이라서 나왔던 정책은 아닌 거 같은데... 햇볕이란 단어만 나오면 왜 친북좌파가 따라붙는지 난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아무리 인간 말종이라고 해도 다독여가면서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햇볕이었다. 이러다간 둘 다 가는 수가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햇볕을 폐기하고 대북정책의 전면재검토를 선언한 현 정부의 선택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남과 북의 대결이 아니며, 이 위기를 극복해 잘잘못을 가려놓고 바른 길로 가야 한다, 우리에겐 그만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대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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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조선중앙통신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이날 판문점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햇볕정책을 택하든, 전면적인 대결정책을 택하든 그거야 정책수행자의 몫이고 판단이니까 긴 얘긴 해봤자 입만 아프다. 그리고 이건 지난 10년 동안 주주장장 논쟁을 벌였던 문제이기도 하다. 근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서로의 기싸움도 필요하고 하니 선핵포기니, 상생이니 하는 대북정책을 밀어붙이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대북정책을 확고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핸들링 하는 능력이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상당한 유연성과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대목이다. 근데,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나 이후 여러 고비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도 하고 위태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더 강경한 발언을 하고 더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 상황을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햇볕이냐 채찍이냐 하는 문제는 이차적이다. 지난 햇볕정책 시기에도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가 있었지만 상황에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은 지금과 달랐다. 이명박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겠지만, 한 것도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상황만 계속 악화시켜왔다. 여기서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북한에 전적으로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책임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