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바꾸어 바라보기(김영미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03
조회
211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요즈음 학교는 반사회적 품행으로 여타 학생의 신체·정서적 안정을 파괴하고, 학습방해로 학급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모든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인 학습권이 침해되는 등 학생과 교사에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학년인 노민이(가명)는 수업시간에 자주 교실을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 장난을 쳐서 참다못한 교사가 주의를 주면 “뭘 어쩌라구요 에이...”하고 소리 지르면서 수업을 방해 하고 교실 문을 걷어차면서 뛰쳐나가는 행동을 했다. 그런데 방학 후에는 머리를 삭발하고 귀와 눈 주위에 멍이 있는 상태로 등교를 해서 담임교사를 또다시 놀라게 했다. 평소에 몇몇의 학생들에게 맞고 돈을 빼앗긴 일들과 수업시간에 이상한 언행으로 교사들로부터 많은 말이 오르내리던 아이라서, 담임교사가 힘들게 밝혀낸 결과는 방학 때 학교근처의 공원에서 몇몇 학생들의 장난으로 면도칼로 머리를 밀고 구타당했던 것이다. 1학기를 지나는 동안 노민이 얼굴은 멍자국이 항상 있었고 귀도 심한 타박상으로 병원을 여러 차례 다녔다. 그런데 노민이는 자기를 구타하거나 머리를 깍은 학생들을 거의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이 노민이를 때렸다는 이야기가 있어야만 겨우 인정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맞고 보복을 당하다 보니 누구도 믿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정신질환(공상허언증: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 자신도 믿는것, 정신분열증)이 있는 어머니와 살면서 양아버지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보았던 노민이에게는 정신질환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노민이가 오히려 1학년 학생들을 구타하고 금품갈취를 하며 괴롭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오랜 교육경력의 담임교사도 노민이의 증상을 대할 때마다 곤혹스러웠지만 지속적인 상담과 관찰을 하면서 노민이를 괴롭히는 20여명의 학생들에게 중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징계인 10일간의 등교정지를 하였다. 불안정한 가정에서 지내는 노민이는 학교의 노력에도 변화되는 모습이 없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증상이 반복되는 일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정당하게 통제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대안이 교사들에게는 절실한 상황이다.

05163538718_60200040.jpg
사진 출처 - 노컷뉴스


학생 상호간의 폭력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자기방어조차 힘겨운 교사들의 문제도 많이 나타난다. 인근의 교사(중학교)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욕설과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 하거나 병가를 냈다는 이야기들은 이젠 주변의 학교들이 겪고 있는 흔한 이야기다. 더욱이 어떤 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때린 학생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학교와 교육청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방법밖에 없다는 비장한(?) 결심을 이야기할 때 너무도 놀라울 뿐이다. 학교라는 환경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학생들에게서 많은 위로도 받지만, 일부학생들에 받은 피해로 고통을 겪으면서 상처만 들여다보고 괴로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을 종종 본다.

이럴 때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바꾸어서 바라보면 어떨까.
20여년이 지나서야 교직생활 속에서 학생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이 나에게 있다.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사의 눈만 갖고 살아왔는데 학생의 시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지사지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노민이 같은 친구들을 더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하지 못하는 것, 자신의 방어조차 당당히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했지만 해마다 달라지는 학생들의 모습에 대한 혼란스러움 역시 우리가 감당해 내야 할 몫이다.

“학생은 학생입니다. 교사인 우리가 감싸주고 그들에게 더욱 다가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최신유행가요프로를 보고, 개그프로 등 여러 가지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서 노력을 합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는 나의 학생들을 끝까지 보듬어야 하는 것이 교사입니다”라는 정년을 앞둔 선배교사들의 말이 가슴속에 울림이 된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