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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자연의 몸부림(허윤진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01
조회
271

허윤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금은 없어도 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맑은 공기가 없다면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입니다. 이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음에도 ‘너무 흔한’ 공기에 익숙해져 그 소중함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보통 희소성이 있는 것에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소중하게 여기지만, 흔한 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하기에 익숙해져서 그 존재의 중요함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자연 안에서 지나치게 흔한 것일수록 생명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많습니다. 물과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별 노력 없이도 거의 저절로 얻어질 만큼 흔하기에 평가절하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들어서 오염된 공기에 숨이 좀 가빠지고 깨끗한 물을 사먹게 되는 불편함이 생기니 겨우 신경을 좀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좀 불편해져야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맑은 공기도 사고파는 거래품의 목록에 올랐습니다. 물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습니다. 어버이 같은 자연은 ‘흔하다’는 우리의 폄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인간 생명이 고루 나누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풍부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독점하여 소유하라는 것이 아니라 거의 공짜로 모든 이가 함께 쓸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흔한 것일수록 더욱 귀중한 것임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연의 넓은 마음에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보다는 물과 공기도 상거래의 도구로 여기고 모든 것을 이윤창출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자연에 가치를 매깁니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도 개발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거만을 떱니다. 개발해서 보다 많은 이들의 윤택한 생활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실상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욕심과 독점의 몰상식을 포장하는 검은 속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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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를 지키는 십자가'
물머리에서 생명평회미사를 위해 죽은 나무가지로 십자가모양으로 꽃았는데, 죽은 나무에서
잎이 돋고 나무가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자연의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십자가입니다.
사진 출처 - 필자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예로부터 물도 맑고 많은 금수강산이라는 자연의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푸름이 너무 많다보니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정도는 우습게 생각합니다. 마구 헤집고 깎아내는 통해 자연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저 편리한데로 마구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삽니다. 그러면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보여주는 자연의 오묘한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는 이중성을 보입니다. 감탄하면서도 함부로 하는 우리의 이중성에도 자연은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을 보면 자연의 인간에 대한 인내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자연은 거의 공짜로 사람들에게 생명 유지를 위한 혜택을 주지만, 인간은 그것에 고마워하기보다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연 앞에 우쭐거립니다. 인간의 모습이 참으로 무례해 보입니다.
인간의 호된 무시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끊임없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상이변’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자연은 인간의 해악에도 불구하고 자가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자연재해요 재난이라 불리는 많은 자연현상들도 따지고 보면 자연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어느 학자는 태풍이 불고 파도가 치지 않으면 자연 안의 생물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합니다. 우월감과 욕심에 생각 없이 짓밟았던 자연의 작은 생명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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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살리려는 마음들의 기도'
매일 오후3시에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입니다.
사진 출처 - 필자



이제 와서 인간이 자연에 가한 폐해를 들먹이며 오두방정을 떠는 인간의 모습을 과연 자연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까요? 자연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려 애씁니다. 수백, 수천, 수만 년의 자연의 질서를 하루아침에 망가트렸기에 자연 역시 그것을 되돌리려 무한한 노력을 감행합니다. 그 자연의 살고자하는 몸부림이 우리에게 자연재해라고 호들갑을 떨 일이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자연이 인간행위에 대한 보복과 원망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에게 돌려주고자하는 자연 질서의 회복 활동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자연 앞에 겸손해집시다.
정말 ‘강을 살린다.’는 표어가 진심어린 살리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발로 변질되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까에 혈안이 되어 눈이 뻘게진 모습을 자연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은혜를 모르는 파렴치한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을 지키려 애쓰는 많은 이들의 활동에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