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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삶을 복원하고 싶다(장경욱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38
조회
204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어디에 빠져 사는 사람이 좋다. 취미, 운동, 드라마, 쇼핑, 게임, 일 무엇이든지 빠지면 흥겹다. 열정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인생은 어떠한가. 열정을 갖고 재미와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삶을 능동적 삶이라 불러본다.

삶은 수동에 빠지기 쉽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한결같이 힘들기 때문이다. 입에 풀칠 할 일이 힘들다. 지겨워도 일해야 산다. 짤리면 끝장이다. 항시 불안하다. 인생에 재미와 열정을 더하기보다 세상에 더 많이 지배당한다. 재미, 열정, 삶의 애착이 사라진다. 머리가 텅텅 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하는 노동자의 삶이 그렇고 공부하는 대학생의 삶이 그렇다. 수동에 빠져 살아가는 삶은 누가 보든지 흥겹지 않다. 일자리 걱정, 취업 걱정에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재미와 열정을 더하는 삶을 살아갈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살아남아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청년실업에 자존감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끝내 자살한다.

능동적 삶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을 위협하는 위기의 한국사회에서 비명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수동에 빠져 숨죽여 살아가는 삶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의 위기를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한다. 위기에 응전하여 함께 술렁거리지 않는다. 나약해진다. 배짱이 없기에 맞서지 않는다. 생계 걱정에 혼자 끙끙 앓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민감해진다. 생사여탈권을 자본권력에 넘겨주고 자본의 이윤논리, 경쟁논리에 복종한다. 자본에 아부하고 자본의 논리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피도 눈물도 상식도 없는 세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삶을 길들이는 지배 권력에 복종하여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살다가 결국에는 자신도 경쟁의 낙오자가 되어 솎아지게 된다. 솎아내기에 걸려서도 뭇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체면을 따지다 대들지 못한다. 인생의 위기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만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조정의 위기상황에서 노동자는 능동적 삶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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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주년 세계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와 임금 인상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배짱은 가장 튼실한 유도책이다. 눈치보고 체면을 따지고 더욱 움츠려들어 자본에 사정을 해서야 자본의 솎아내기를 당할 수 없다. 자본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잃어버렸던 배짱을 회복해야 한다. 경쟁을 위해 이윤을 좇아 노동자를 솎아 노동자를 갈라놓는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유능치 못해 솎아진 것으로 자책하면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노동 전체의 이해관계에 민감해져야 한다. 실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쟁과 협상에서 자본권력의 기망과 회유, 탄압을 극복하기 위해 꼭 지녀야 하는 태도이다. 그것이 순응하는 삶에 빠져 상처받은 자존감을 살려내는 길이다.

노동자의 능동적 삶은 노동이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한국사회를 이루기 위한 대안이다. 노동자가 위기의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일에 열정을 갖고 대안사회의 상을 좇아 지혜를 닦고 힘을 길러야 한다.

능동적 삶은 인간의 본성에 꼭 맞다. 배짱과 열정, 대의와 지혜를 가진 우리들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수동적 삶을 거부하고 능동적 삶의 실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장애물을 곳곳에서 제거할 것이다. 치솟는 등록금, 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청년학생들의 능동적 삶은 누가 복원해 줄 것인가.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생의 위기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어 자살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위해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따뜻하게 감싸 줄 우리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과 함께 배짱 갖고 세상에 맞서고 싶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