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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에서 바라본 교실 풍경(김영미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26
조회
222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3월이 시작되면 두려움과 설렘으로 학교에 간다.

최근에 보았던 프랑스 영화 “클래스”는 교실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며 그 안에 존재하는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과 교감을 다룬다. 어쩌면 우리가 어느 학교를 가나 만날지도 모를 섬뜩하기까지 한 교실의 모습을 축소한 것으로 굉장히 현실적이고 섬세한 모습이다.

수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소란스러움은 기본이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딴 짓을 하며, 선생을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는 학생들, 한국의 교사들과는 다르게 영화 속의 프랑스 교사들은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학생과의 소통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교무회의시간에 토론된 학생들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고 게다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벌이는 교사의 몸부림은 애처로울 정도이다. 게다가 그 아이들을 체벌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질문은 하되 답은 하지 않는다'라는 로랑 캉테 감독의 말처럼 <클래스>는 굳이 납득시키려 하기보다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답을 낳게 한다. 1년 전 지금의 학교로 이동해서 3학년 학생들과 수업한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새로온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힘겨루기, 무시, 알 수 없는 분노표출, 폭언 등으로 힘들었다. 물론 교사와의 관계에서 더욱 힘들어했던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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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한겨레


철이(가명)는 수업시간에 행동이 거칠면서 심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학생들에게 상습적인 금품탈취와 폭행으로 2학년 때 전학을 갔다. 그리고 6개월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더 심해진 언행으로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을 힘들게 했고 또 다시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상습적인 금품탈취와 폭행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회의를 거쳐서 대안학교로 가게 되었다.(중학교는 주거지를 기준으로 학교가 배정됨. 여러 가지 문제들로 학교에서 전학을 통보 받았어도 위장주거지로 확인되면 다시 학교로 올 수 있다) 학교에서 선도위원회를 진행하는 동안에 철이가 어머니에게 보여준 태도와 행동은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회의 중 전학을 수용하는 어머니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주먹으로 의자를 내려치며 뛰쳐 나가다 못해 복도에 있던 어머니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달려들어 교사들이 철이의 행동을 말리기까지했다. 비교적 철이가 호의적으로 대했던 교사가 철이의 분노를 진정시킴으로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나중에 이 교사로부터 전해들은 철이의 분노의 원인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밤에 일을 하고,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어 철이가 어릴때부터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없었고, 배고픔의 시간들 속에 학교에서 먹는 점심이 하루의 식사였다고 한다. 분노로 세상을 배운 철이와 생활하는 교사는 엄청난 인내로 기다려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교사는 학교 안에서의 질서를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인내보다는 질서를 선택하게 된다.

또한 이전에 체벌이라는 관습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모습을 하루아침에 벗어던지고 아무런 고민 없이 허둥대는 교사들 속에서 아이들은 예전처럼 선생님을 신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없고, 교사들은 예전처럼 아이들을 마냥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 달라진 교실풍경에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긴 인내를 가진 따뜻한 가슴으로 1년을 보내기를 기도한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