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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국을 위한 변명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8 10:53
조회
976

세계가 너무 소란하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인류가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북이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이 인공위성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발사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발사 그 자체로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과 다름없는 호전적이고 불순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유엔 안보리마저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이번의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와 그 이상 지역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라고까지 표현한 마당에 이와 다른 견해로써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하여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별 소용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북미 사이의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을 도저히 방관할래야 방관할 수 없는 숙명적 입장에서 남들처럼 또 하나의 조국 북에 대한 오만가지 편견으로 일방적 여론몰이에 가담하여서도 가담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북미 사이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적대적 대치 국면에서 착오 없는 올바른 판단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북미사이의 첨예한 군사외교적 대립 과정에서 북의 호전성과 불순한 기도를 연신 지적하는 주류 여론에서 미국이 북을 상대로 핵 공격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북의 핵 의혹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선제공격을 공공연히 거론하며, 작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북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계획을 세워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고, 북의 지하군사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소형 핵무기 개발 실험을 재개하며, 북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미사일방위체제 구축을 위한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북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여 북을 선제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국가안보전략을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처하는 국가의 행동에 대하여 침략성과 불순한 기도를 타이르는 것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바가 없다.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으로 포장, 강변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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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표결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비하여 북의 행동은 당연히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과연 그런가.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북미사이의 힘겨루기 과정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들 알 수 있다.

북은 1993년, 1998년, 그리고 2006년에 이르는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름없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하여 미국이 끊임없는 그 어떠한 군사적, 경제적 압력과 제재를 가하더라도 북의 체제를 붕괴시킬 수없다는 점과 북의 핵 및 미사일 문제로 표출된 북미사이의 첨예한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미 사이의 직접 협상을 통하여 동시이행, 일괄타결의 방식으로 북미간의 상호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북미사이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방식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미국에게 줄기차게 반복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북이 군사적 행동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외교적 목적과 논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

90년대 미 클린턴 정부 시절만 놓고 보더라도 당시 북미 관계는 영변, 금창리 핵 의혹시설 및 노동미사일과 대포동 미사일 문제로 전쟁 일보 직전 상황까지 이르는 위기를 여러 차례 맞기도 하였으나 클린턴 정부 마지막 시기에는 결국 대북정책조정관 페리 전 국방장관의 대북정책 검토 보고서에 기초한 새로운 대북정책에 따라 북미 사이의 대타협을 이루고 조명록의 백악관 방문과 울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실현되기까지 하였다. 이어서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하여 미사일문제에 대한 합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수순을 밟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비록 북미 사이의 대타협 국면에서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가운데 이후 노골화된 대북강경정책으로 북미 사이의 대결국면으로 회귀하고 말았으나 북미 사이의 대결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 대화로 협상을 통한 관계정상화에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북이 미국과의 관계를 진심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직접접촉과 대화를 회피하고 있고 북의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지체하며 북미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핵문제, 인권문제, 대북금융제재로 강경한 대북 압력을 가함으로써 북을 붕괴시킬 수도, 스스로 붕괴될 수도. 굴복시킬 수도 없다는 것이 점점 통설이 되고 있다.

북미 사이의 지리한 적대적 공방을 마감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 해결책이 국제사회 앞에 확인된 마당에 북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하는 미국의 속셈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부시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북과 대화를 하면 국제사회 앞에 초강대국 미국의 명예가 큰 손상이라도 입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 제아무리 군사적 위협과 대북금융제재 등 경제제재조치를 취하고 인권, 마약 공세로 북을 붕괴시키려 열을 올려도 북은 무서울 것 하나 없고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굴하지 않고 혼자서라도 미국에 맞서 북의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 나가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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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참석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60여년을 미국과 대결하는 가운데 단 한 번도 양보한 적 없이 맞서왔고 항상 벼랑 끝에 서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또 하나의 조국을 위하여 부시 대통령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

북미관계를 진심으로 개선할 의사가 있다면 크리스토퍼 힐도 좋고 라이스도 좋고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좋고 부시 대통령 자신도 좋으니 직접 평양을 찾아 모든 문제를 북미 사이에 일괄타결하면 안 될까.

부디 부시 대통령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세계최강대국의 대통령으로서 대국의 지도자답게 약소국인 주제에 인민을 굶기며 허풍만 남아 택도 없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하는 가소로운 북의 목소리에 따뜻한 마음으로 귀기울여 인내심을 가지고 아량 넘치는 자세로 시종일관 북과의 협상에 임하여 북미관계정상화의 디딤돌을 놓는 훌륭한 세계적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 노벨평화상을 받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