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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의 본질(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4-11 09:47
조회
602

장경욱 / 인권연대 운영위원



 

윤석열 정권의 진보민중운동에 대한 종북몰이 공안탄압 공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한복판에서 종북공안몰이의 희생양들과 함께 위축, 동요하지 말기, 잠시도 멈추지 말고 싸워 나아가기를 실천하였다.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는 불법무도의 폭력에 맞서 당사자들과 당당히 용맹하게 필사적으로 맞서 쉬지 않고 싸우는 사이 어느새 봄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공안탄압의 피해자들을 도와 변호인으로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으나 그만큼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은 날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공안탄압의 본질을 깨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정권의 종북 공안몰이는 주적론, 선제공격론 등 대북강경 소동이 빚어낸 산물이다. 각종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지지율 추락을 막아 극심한 통치 위기에서 벗어나기 최후의 비상수단이다.



그들은 악마화된 북과 연결되면 이성과 상식이 정지되는 반북정서를 극도로 자극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국정원과 공안검찰이 흘린 온갖 낭설을 주워 담은 극우보수언론사의 ‘단독’ 타이틀 기사의 선정적, 자극적 반북 선동이 역겹도록 지겹게 반복되고 있다. ‘양치기 소년’보다 저열한 수준의 거짓 선동에 한국 민중은 위축과 냉각상태에 빠진다. 분단냉전체제에 갇힌 한국 민중은 정권에 대한 솟구치는 불만을 결집해 저항력을 키우기가 좀체로 쉽지 않다.


 


출처 - 사람일보


 

광기의 종북 공안몰이는 분단냉전체제에서 진보민중운동의 가파른 성장세를 억누르기 위해 온갖 구실과 궤변을 붙여 혐오를 조장해왔다. 그동안 자주통일운동을 겨냥해온 종북 공안몰이의 표적이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과 전농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민주노총과 전농을 비롯한 진보민중운동의 성장을 철저히 억압해 극우보수정권의 통치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심산이다. ‘주한미군 철수, 국보법 폐지 같은 구호가 노동자, 농민의 삶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선동하며 민주노총과 전농에 대한 대대적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정권의 진보민중운동에 대한 공안몰이의 본격화야말로 노동자, 농민의 삶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가 본질적으로 연결된 사안임을 직관적으로 선명히 보여준다.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분단냉전체제의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거꾸로 된 비정상사회의 역설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공안탄압의 본질은 비정상의 한국 사회를 온전히 바로잡기 위해 근본적 변혁을 지향하는 진보민중운동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그 귀결점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공안탄압의 본질이 진보민중운동에 대한 발전을 억압하는데 있기에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진보민중운동이 쟁취해야 할 사활적 과제이다. 공안탄압에 맞서 한국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역량을 갖춰 나가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대신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없다. 진보민중운동이 자체의 역량으로 정권의 공안탄압을 극복할 수 없는 한 한국사회에서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발전, 성장해 나갈 수 없다.


반북논리에 갇혀 있는 한 한국의 진보민중운동은 공안탄압을 분쇄할 역량을 갖출 수 없기에 진보민중운동의 성장과 발전은 정체와 답보상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여전히 한국 민중은 공안탄압에 맞서 이를 극복할 역량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힘은 오직 한국 민중 자신에게 있기에 한국 민중은 국가보안법에 맞서 거세당한 저항력을 회복하고 공안탄압 분쇄의 역량을 끊임없이 축적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보민중운동의 비약적 성장과 함께 국가보안법은 폐지될 수 있다.



진보민중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공안탄압에 맞서 공안탄압의 본질을 직시하며 변호인으로서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하다. 지난 5개월 여 이들과 함께 싸우며 진보민중운동의 가파른 성장세를 확신하게 되는 위대한 시간들을 보냈다.



위축되거나, 동요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당당히 행사했다. 이를 폭력적 강제인치로 탄압해 나선 국정원에 맞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구금상태의 피의자들로서는 해방 이후 최초로 검찰 수사기간 30일 동안 검찰의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강제인치 당하지 않았다. 검찰 독재 왕국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당당히 행사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 검찰의 강제구인 시도를 좌절시켰다. 감히 범접할 수 없었으리라. 공공연히 진술거부권 행사를 방해하는 폭력을 자행한 국정원 등의 반헌법적, 반인권 행위가 야만적 고문 폭력 범죄임이 증명될 날이 기필코 머지않은 시점에 도래할 것이다.



이들에게서 한국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보안법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았다. 그 기세를 본받아 국가보안법 폐지에 맞서 과감한 투쟁이 필요한 시기다. 분단냉전체제와 국가보안법에 의해 가로막힌 진보민중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당면한 공안탄압에 맞서 진보민중운동 진영이 파시즘 악법의 횡포에 맞서 그 횡포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보민중운동은 더 이상 종북몰이 공안몰이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대안적 정치세력으로서의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진보민중운동의 성장을 위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항쟁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국 민중의 단결과 연대투쟁이 정권의 공안탄압을 극복하고 진보민중운동의 활로를 여는 유일무이한 첩경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