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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대박?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09:57
조회
317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 그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선의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국민들에게 통일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널리 각성시켰으니까. 아마도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나오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 정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모 당국자는 작년 송년회에서 "2015년 통일 위해 다 죽자"라고까지 했으니.

북한의 급변사태를 노리고 2015년까지 흡수통일을 목표로 대박 통일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오판이고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불안정하다는 징후는 사실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나, 대외관계에서나 더 적극적으로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취지의 신년사, 중대제안, 공개서신을 잇따라 제안해 오고 있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 것을 누누이 강조하며. 장성택 처형 이후 정치적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취하지 못할 조치로 여겨진다. 북한의 적극적 남북관계 개선 요청에 화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도발을 위한 위장평화공세로 치부할 까닭도 없다. 유엔에서, 전 세계의 언론이 보는 앞에서 상호 비방 중상하지 말고, 상호 적대행위 중단하자고 말하고 먼저 실천적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하는데 말로라도 호응하는 것이 유익한 일 아닌가. 북한의 불안정 급변 사태를 바라며 이에 대한 군사적 대비 계획에 역량을 쏟아 붇고 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자칫 기회를 잃고 이명박 정부 5년을 되풀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재 북한은 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외자유치 없이 민생의 향상이 어렵다는 것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전국에 걸쳐 경제개발구를 설치하여 외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대외 관광 문호도 폭넓게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누구나 두려움으로 북한 관광을 꺼리지만 않는다면 언제든지 북한을 관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로 보인다. "악의 축" 국가로 악마화되고 기괴화되어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국가로 각인되어져 있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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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연결하는 교량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교량은 지린성 투먼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며 중국에서 나진·선봉경제무역특구를 드나드는 주요 통로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 - SBS


북한의 외자유치에 대한 계획을 일방적 희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세계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주시하고 있다. 나진, 선봉 경제특구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개발 전략과 맞물려 철도, 도로, 항만 등 기반시설이 이미 올해 마무리단계에 들어섰고 향후 더욱 본격적으로 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로 전기, 가스, 석유, 교통 분야에서 나진 선봉 경제특구를 물류의 중심지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동북3성의 경제 진흥을 위해 동해 쪽 해양 출구로 나진 선봉 경제 특구로의 투자를 서둘러 왔다. 여러 나라들에서 북한 투자에 대한 계획과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은 남북의 교류, 특히 남북 경제 협력이 북한의 경제발전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도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렇기에 6.15 남북공동선언이 탄생한 것이 아니겠는가.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진정 흡수통일을 가장한 것이 아니라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을 다짐한 것으로 선의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 없이 5.24 대북제재 조치를 풀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남한 기업의 북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냉전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변화를 외면한 채 남북경제의 활로와 통일 대박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