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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권용선(수유너머104 연구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석미화(평화활동가), 신하영옥(여성활동가),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문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홍미정(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아이들은 ‘학력’을 먹고 크지 않는다(윤요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7-14 11:04
조회
385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대선, 지선이 끝나고 정책의 큰 기조가 바뀌어 가고 있고 조직 개편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마치 폭풍전야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벌써 폭풍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청에 유독 눈길이 많이 간다. 기존 성향과 다른 교육감들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아이들의 ‘학력’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간 진보교육감들이 전국을 감싸고 있어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청소년 인권, 혁신교육, 마을교육공동체, 협동과 문제 해결형 미래인재 등 과거 전통적인 학력-좋은 대학을 지상목표인 듯 점수 올리는 학력-에 대한 정책보다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벌써부터 기존 정책을 비판하며 ‘학력’에 대한 공약과 정책들이 맨 앞순위에 있는 곳들이 있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피라미드 위로 올라갈수록 패배자, 낙오자를 양산시키는 획일적인 학력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회귀하는 듯 하여 많은 분들이 우려와 걱정에 한탄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동안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교육기조를 보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모두가 행복한 교육 등 학력이 전부가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을 기본으로 교육의 다양성, 교육의 본질을 중심에 두는 정책을 꾸준히 펼치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렇다고 기초학력이 부진하다던가 문해력이 떨어지는 문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사교육 등 모든 교육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만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대학 보내고 ‘00대학 합격’ 이런 플래카드를 걸기위해 ‘학력’을 최우선시하는 교육정책이 미래시대에 맞는 합당한 정책인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1970년대까지 대학 진학률이 20%대였다고 하니 그 당시만 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만 있다면 안정된 직장과 성공이 어쩌면 보장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학력’이 아니라 ‘실력’ 또는 ‘삶의 힘을 키우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입시의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어렵게 출제해야하는 시험과 등수를 매기기 위한 상대평가의 내신 시스템은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초등 고학년에 벌써 수포자, 영포자(수학포기자, 영어포기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기초학력, 문해력, 사회성, 관계성, 협동성, 소통, 주체성 등은 오랜시간 배우고 익히고 경험해야 하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는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소위 이야기하는 ‘교육의 본질’일 것이다.

 앞으로는 1인 1직장,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오래 사는 만큼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학력보다 ‘실력’, ‘능력’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의 아이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또한, 등수 매기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학력만능주의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면 소외되고 버려지고 대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욱 양산될 것이다. 부모의 재력이 아이들의 학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이토록 만연되어 있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지 않은가 말이다. 또한 학력만능시대의 병폐는 지역소멸-중앙집중(서울 등 대도시)의 가속화를 불러오고 지방에 사는 사람은 루저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학력-대학-성공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과 정책은 교육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가슴아픈 소식 하나가 들려온다. 어느 지방 도시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흉기로 가해하고 투신자살했다는 뉴스를 속보로 접했다. 한명한명 존중받고 각자의 꿈을 키우며 행복해야 할 청소년들의 쓰라린 사건사고들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듯 하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살리자. ‘괜찮아’라는 이 사회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공부 좀 못해도 괜찮아. 넌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함께 손 잡아 줄 어른이 사회에 넘쳐났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잘 해야만 생기는 자신감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존귀한 ‘자존감’을 아이들이 잃지않게 해야만 한다. 무한히 펼쳐져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학력’이라는 잣대와 기준으로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 오히려 한명한명 맞춤형 교육시스템으로 각자의 능력과 실력을 키우는 교육정책을 간절히 바라본다.

사진 출처 - 필자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라는 시민교육을 춘천에 맞게 적용해보는 ‘춘천 시민학교’ 모집 신청서에 한 청소년이 쓴 글을 싣는다. 서글픈 글이지만 우리시대의 아픔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교육의 대한 화두라 생각하며 옮겨적는다.)

 

 “도망가고 싶어

 더 이상 거짓말하기도 싫고 전부 그만두고 싶어

 나를 더 힘들게 해줘

 어쩌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휴식이 필요해

 내가 받았던 모든 상처들과

 각자의 고충때문에 힘든

 삶으로부터 말야”

 -2021년 열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