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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경찰국 vs 경찰위원회, 경찰통제를 위한 선택(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7-06 13:59
조회
933

이윤/ 경찰관


 

 2022. 6. 21.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여 법령 발의 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제정하며, 감찰 및 징계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해 통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행안부 장관의 경찰 장악력이 막강해진다.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권고안이다.


 행안부 자문위원회는 ①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 비대→②통제 필요→③경찰국 신설로 통제라는 논리를 펼쳤는데, 이 논리에는 허점이 많다. 첫째, 수사권 조정 이전보다 경찰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비대해진 권한도 없지만, 형소법 개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는 검사로부터 과거와 다름없는 통제를 계속 받고 있다. 둘째,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한다면서 수사와 관련없는 경찰청장 등에 대한 인사제청 및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제정하여 치안업무 전반을 통제하겠다고 하니 ①번은 경찰 장악을 위한 핑계로만 들린다. 셋째, 경찰국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경찰위원회가 인사, 예산, 정책, 장비 등을 통제하고 있는데 굳이 경찰국으로 통제하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면 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는 위 권고안의 비민주성, 반역사성, 위법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의견을 피력하셨으니 여기서는 경찰위원회 실질화와 관련한 첨언을 하겠다.


 경찰위원회에 의한 경찰통제 모델로 영국 경찰이 있다. 영국은 과거 전국 지방경찰청 관리를 위해 내무부장관, 지방경찰위원회, 지방경찰청장이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는 3원 체계였다. 1980년대 이후 점점 내무부의 권한이 강해져서 중앙정부에만 집중하는 경찰, 관료제적 경찰, 현장에서 동떨어진 경찰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11년 4원 체계로 전환하여 전국 45개 지방경찰청을 지역치안평의회, 지역치안위원장(주민 직접 선출), 내무부장관, 지방경찰청장의 책임과 권한 하에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치안활동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방향성이 있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여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자문위원회 권고안은 이 방향성에 역행한다. 현대 경찰의 세계적 흐름은 중앙정부를 위한 사회질서 유지보다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주민 생활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사진 출처 - 한겨레


 지금 한국의 경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경찰국에 두려고 했던 인원과 예산을 경찰위원회에 주면 된다. 지금까지는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고 보조할 상근직원이 경찰관 몇 명뿐이어서 본래의 역할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위원 7명이 월 2회 회의에 소집되면 주어진 안건을 토의하고 결정하기에도 바쁘다. 경찰위원회에 경찰관 아닌 40~50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상근 조직이 만들어지면 인사와 감찰만 하더라도 할 일이 참 많다.


 치안에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객관적 기준에 의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을 경찰위원회가 하면 경찰국보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경찰통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는 정량적, 정성적 지표를 근거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실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인사에 정실과 외압이 개입하면 인사 정의는 사라지고, 이로 인해 일할 동기와 활력이 없어진 조직은 엉망이 되고, 60년 전의 비극이 되풀이될 것이다(그레샴 법칙 참조). 행안부 장관도 경찰국 신설 목적이 인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경찰국 신설에 들어갈 비용으로 괜찮은 인사평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잘 쓸 것 같다. 요즘 빅데이터에 AI까지 있으니 돈만 들이면 13만 경찰 디지털 인사평가 자동화 시스템 정도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조직 내 부패와 비리 등 위법·부당한 직무수행을 확인하여 인사권자로 하여금 징계 등 조치를 하게 하는 것이 감찰이다. 감찰은 조직 내에서 수행하기보다 외부에서 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책임성이 있다. 경찰위원회 상근 조직에 감찰부서를 두면 제3자 입장에서 공정하고 정확하게 감찰활동을 함으로써 경찰을 통제할 수 있다.


 이상에서 경찰위원회 실질화로도 경찰통제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에 더하여 제발 정부에서는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선 비대해진 경찰의 살부터 좀 빼주면 좋겠다. 실상은 지금까지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 것이 아니라 업무가 많아진 것일 뿐이다(5. 10.자 ‘경찰수사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참조). 수사업무뿐만이 아니다. 스토킹, 가정폭력, 아동학대, 학교폭력, 정신이상자 등 점점 새로 생기는 범죄예방 업무에, 어금니아빠 사건 이후로는 연락이 안 되는 가족을 찾아주는 일까지 하려니 할 일은 태산같이 쌓여만 가는데 인원은 부족하다. 이런 일은 여성가족부나 교육부 등에 담당 부서를 만들고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주면 경찰 권한도 분산시키고 업무 연계성 및 전문성도 키울 수 있다. 경찰에게 계속 일을 시키려면 일할 수 있는 권한, 인력, 예산도 함께 주면 참 좋겠다. 지금은 적은 인력으로 권한도 없이 힘들게 일만 하다가 큰 사건 터지면 욕만 배터지게 먹고 있다. 이렇게 욕을 많이 먹으니 경찰관이 장수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못한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