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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새로운 무기로 무장하는 여성들(신하영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5-25 11:38
조회
605

신하영옥/ 여성운동연구네트워크 젠더고물상


 6월 1일은 제8대 동시지방선거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1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영역에서의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여성 공천할당제를 확대하고 이를 의무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성별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지 못함에 기인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여성 50% 이상 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역구 후보 추천 시에는 ‘전국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조항만 두고 있다. 이로 인해 21대 국회의원 중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59.6%였지만, 지역구 의원은 11.5%에 그쳤다.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후보로 추천한 정당에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두고 있었지만, 이나마 4월 15일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 이상”으로 개악하여 사실상 30%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그나마 의원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는 후보 공천 시 여성 비율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고, 기초자치단체장도 7대에서 3.5%에 그치고 말았다.


 두 거대정당도 자체 권고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자치단체장에 50% 이상을 청년과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는데,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후보 전체에 정치신인과 여성, 청년을 50% 이상 배치하겠다고 하였으나 공천결과를 보면 지역구 광역의원에 정치신인이 33.8%, 여성 12.16%, 청년 10.36%이고, 지역구 기초의원은 정치신인 42.8% 여성 21.44%, 청년이 7.72%로서 실제로는 여성과 청년보다는 정치신인 배치에 주력한 것을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성이 60%를 넘지 않도록 성별 균형을 맞추라고 권고하였지만, 여성은 정치신인 및 청년에 끼워져 있을 뿐이다. 선관위 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정치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여성 할당제 30% 이상의 권고 조항만 있는 광역의원은 23.6%에 불과하다. 그리고 규정이 아예 없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17개 시도 32명 중 9명(28%)만이 여성 후보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226곳 580명의 후보 중 31명(5.3%)만이 여성으로 후보 100명 중 5명만이 여성이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지방선거 참여 정당의 10대 정책 및 공약 공개’에 따르면 지방선거에 등록한 12개 정당 중 5개 정당만이 성평등 정책이 포함되어 있을 뿐, 나머지 7개 정당(기본소득당, 코리아당, 녹색당, 대한당, 자유통일당, 통일한국당, 한류연합당)은 그 비슷한 정책이나 공약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관점과 정치공학으로 인해 진입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남성에 편중된 내각에 대한 질문에 “지금 공직 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를 못했다.”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현 정부의 19명 국무위원 중 여성은 3명이다. 이 중 1명은 여성가족부의 폐지로 인해 사라질 예정이고, 차관급 41명 중 여성은 2명으로 더욱 열악한데, 차관과 차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임명 권한이기 때문에, “직전 위치까지...” 운운하는 것은 본인의 책임을 ‘여성 인력 풀의 부족’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는 인과관계의 전치이고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지역에서 중앙까지 촌부에서 대통령까지 여성은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존재, 남성에 뒤처지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고, 정치영역에서 정당 보조금을 위한 보험수단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정치환경은 여성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떠오르도록 하거나 양자택일하도록 만들게 한다. 현실에도 여성 정치인들은 존재하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여성 세력화를 위해서는 정당을 떠나 힘을 모아내고 목소리를 내어야 하건만, 참담한 여성공천결과에 대해 그 과정에 대해 누구도 힘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단일한 목소리는커녕 개개인의 입장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기존정치인들에 대해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것이 여성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사진 출처 - 청주페미니스트연대 


 “가진 자의 무기로 가진 자를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무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에서는 7명의 후보를 내고 ‘무소속 연대’로 선거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 전후로 여성 혐오정치와 여가부 폐지에 대응하는 활동을 전개하다가 예비후보 운동을 해보자고 뭉친 이들로, “누군가의 표심으로만 치부되는 게 아니라 주체가 되”는 “우리의 페미니즘 정치를 우리의 손으로 이루”기 위해 선거를 운동으로 펼치고 있다. 7명 중 한 명만이 노동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무소속으로서 ‘무소속 연대’로 출범하여 선거구와 공약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하였다. 이들의 문제의식에는 “계속 사람들을 분절시키고, 모든 삶의 책임과 위기를 개인으로 수렴해 버리는 이 시스템에서 필요한 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야’를 얘기하는 거”가 깔려있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 다다른 곳이 페미니즘이었다고 한다. “노인여성은 노인 플러스 여성이 아니고, 장애여성은 장애 플러스 여성이 아니”라는, “한 주체를 온전히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것이다. 정치가 가진 한계 역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은 페미니즘 정치뿐이라는 결론에서 출발하고 있다. 페미니즘 정치가 쉽게 성공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형식적 민주주의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믿음, 선거운동을 통한 지역 현황에 대한 파악은 정치 운동을 시작하기에 좋은 토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들에게 선거는 끝이 아니라 진짜 페미니즘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이들이 힘든 점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정치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도 유권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누구나 다 도전해 보고 싶은, 쉽고 낮은 정치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또 성추행 전력이 있는 전 충주시장 공천 규탄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에게 정치란 “어렵지만, 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쯤 해볼만 한” 것이고, 너무나 잘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베껴 갈 정도의 공약을 만들고 나누는 대범함을 실천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들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들이 모여 기존의 낡은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사회적 약자와 평범한 이들이 중심이 되는 그러한 정치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며, 여성정치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페미니즘 정치의 싹이 형성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러한 도전과 기대나마 없다면 삶은 얼마나 숨이 막힐까? 정당보조금의 수단으로서의 여성, 남성보다 정치력이 떨어지는 여성이라는 정치판에서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정치를 바라보고 실천하는 새로운 관점과 방식을 통해 조금씩 발전할 것이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