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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에도 투자가 필요하다(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5-10 14:58
조회
266

이윤/ 경찰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2022. 5. 3.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공포됐다. 언론에 의하면 이로 인해 경찰 수사 지체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수사가 제한돼 부패한 공직자 등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충분히 제기될만한 우려다. 나는 경찰 수사에 인력, 예산, 제도 관련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며, 그것도 추가되는 비용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력과 예산


 2021년 수사권 조정 시행 첫해부터 지금까지 경찰 수사관들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사경험자들은 수사부서를 떠났고, 거의 강제로 발령받아 온 신임 수사관들은 일이 벅찼다. 남아 있거나 새로 온 수사관 중 많은 이들은 다음 기회에 어떻게든 수사부서를 빠져나가려 한다. 일이 손에 익지 않고, 전과 달리 새롭게 해야 할 일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건처리 시간은 오래 걸렸고, 언론과 변호사협회 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사 기간이 늘어났다고 기사화하는 등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는 듯했다.


 법 시행으로 인한 사건처리 지연은 이미 시행 전부터 명약관화했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의해 검사는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요구를 할 수 있고,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했었는데, 이제는 경찰에 요구·요청만 하면 되니 검찰 일은 줄어들고, 경찰 일은 늘어났다. 게다가 경찰은 송치와 불송치가 혼재하는 사건의 두꺼운 사건기록 복사본도 만들게 되었다. 전에 없던 불필요한 일이 생긴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경찰청에서는 부랴부랴 고성능 복사기와 기록관리 인력을 충원했으나 그나마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것으로 충분치도 않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기대했던 것은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건은 경찰이 주체적으로 종결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도 굳이 검사 지휘를 받는 절차가 생략되어 수사기일이 더 짧아지고 간소화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예전 수사지휘를 받을 때와 차이가 없으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일이 추가되어 인력과 예산이 더 필요한 상태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애초에 대통령령에서 검사의 요구·요청권을 인정할 때, 그리고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한정할 때 그로 인해 여유가 생긴 검찰 인력과 예산을 경찰로 이전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했어야 했다. 현재 검찰청 인력은 약 1만 명가량(검사 2,300명, 검찰 수사관 6,000명 정도)인데, 경찰 수사 인력은 약 3만 명 정도다. 전체 범죄사건의 98%를 수사하는 경찰 인력이 검찰청 인력의 3배밖에 되지 않는다. 이 불균형을 어느 정도는 조정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검사 직접수사 가능 범죄가 부패와 경제로 축소되었고, 그나마도 나중에는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은 명실상부한 기소 및 공소유지 기능을 전담하게 한다고 하니, 일이 줄어든 만큼 검찰 인력과 예산의 절반만 넘겨주더라도 경찰 수사는 지금보다 빠르고 꼼꼼하게 진행되어 언론과 변호사협회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경찰 수사 인력 5,000명이 증원되면 대도시 경찰서에 최소한 25명씩은 추가배치 할 수 있다. 그렇게 해 봐야 수사·형사·여청·교통사고 각 기능 한 팀당 한 명 정도 증원에 그치겠지만,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다. 검사 한 분 고용할 비용으로 경찰 수사관 1.5명은 고용할 수 있으니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인건비 외의 다른 예산 절반도 검찰에서 경찰로 이전하면 높은 가성비가 기대된다.


제도


 2년 안에 소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될 수도 있다. 아마도 현재의 검찰이나 경찰과는 별개 조직이 될 것인데, ‘중대’범죄를 수사할 것이니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이나 폭행 등 생활 주변 형사사건은 계속 경찰에서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범죄사건을 중대범죄수사청이 다 처리하고, 경찰은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동 조치만 한 후 사건을 인계하는 형태가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데, 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경찰서 경제팀에 접수되는 전체 고소사건 중 기소되는 사건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고소사건 수가 월등히 많다. 그 이유로는 개인 간 분쟁이 있을 때 변호사 등을 활용하는 다른 법적 해결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비용이 높아서, 비용이 들지 않고 접근성 좋은 경찰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무차별적 고소에 대해서는 경찰이 초기 수사 결과 더 이상 범죄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해 줘야 정작 세밀한 수사가 요구되는 사건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는 경찰 수사력 낭비가 너무 심하다. 제도적으로 수사력을 선택과 집중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것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돈도 들지 않는다.


투자 효과


 범죄 수사는 ‘불법적 작위·부작위와 그에 동반한 정신 상태를 재구성하는 세부 사항을 합법적으로 탐색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많은 국민들은 경찰 수사를 통해 자신들에게 불법적 작위·부작위(범죄)를 한 사람이 처벌받고, 자신이 입은 피해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미국 일부 지역처럼 수사관에게 일 년에 100만원 이상 정장값을 지원해 줄 것까지 원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사건의 무게에 짓눌려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지지 않도록 인력, 예산, 제도를 배분하는 투자를 함으로써 경찰이 범죄사건 수사에 진력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 땅에서 사기꾼과 파렴치범, 절도범, 강력범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