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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는 넓고 할 일은 많다(2)-골목상권 기프티콘(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5-04 10:53
조회
734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별다방만 기프티콘? 이젠 동네가게 기프티콘!’


 2022년 5월 15일. 경기 시흥시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바일 플랫폼이 선을 보인다. ‘시루 동네티콘-두구두구’가 그것이다. 시루 동네티콘은 사업명, 두구두구는 서비스명이다. 내용은 위의 슬로건이 간명하게 말해준다. ‘동네가게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콘’


 기프트+이모티콘의 단어 조합으로 추정되는 신조어 기프티콘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에어크로스에서 처음 ‘기프티콘’을 출시했다고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한 달 이용량이 5만여 건에 불과했으나 다음 해인 2007년에는 43만여 건으로 늘면서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렸다.


 기프티콘의 성장에 불을 지른 것은 2010년 12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등장이었다. 기프티콘이란 메시지로 간편하게 주고받는 선물이라는 개념이 확산된 것이다. 그리고 기프티콘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국감 자료로 제출받은 온라인 선물하기(기프티콘) 시장 규모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프티콘 시장 규모는 2016년 7,736억 원, 2017년 9,685억 원, 2018년 1조4,243억 원, 2019년 2조846억 원, 2020년 2조9,983억 원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약 3조 원에 달하는 기프티콘 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시장이다. 전체 거래액 중 84.5%(2조5,341억 원)를 카카오커머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지인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의 전달 수단으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은 일종의 문화가 되고 있다. 가장 쉽게 기프티콘을 이용하는 방법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전 국민의 소통 채널인 카톡의 추가 메뉴인 선물하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카카오커머스가 기프티콘 시장을 장악하는 이유이다.


 2022년 올해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재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인 카카오의 카톡에서 주로 거래되는 기프티콘은 스타벅스,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등 역시 굴지의 대기업 상품이 주를 이룬다. 동네 골목상권 소상공 자영업 카페, 음식점, 빵집 등이 기프티콘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지금까지 언감생심이었다.


 거대 플랫폼 유통·소비 구조에서 소외되는 소상공 자영업자들이 골목상권 전용 기프티콘에 대한 요구가 없지 않았다. 다만 이를 연결할 플랫폼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기업 플랫폼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기프티콘과 경쟁할 엄두를 쉽게 내진 못할 터)


 그런데 한 업체가 용감하게 골목상권 전용 기프티콘 앱(APP)을 출시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단골가게 기프티콘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만든 앱의 이름이 ‘두구두구’이란다. 이를 시흥시가 덥석 손을 내밀어 붙잡았다.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한 골목상권 동네가게 전용 기프티콘 플랫폼’이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시흥시와 ㈜동네티콘이 제휴를 맺고 지금까지 200여 개의 골목상권 동네가게가 두구두구 앱에 입점했다. 입점 대상은 시흥시 지역화폐인 시흥화폐 시루 사용처(지역화폐 가맹점)이었다.


 사용법은 기존 기프티콘과 거의 동일하다. 두구두구 앱에서 동네와 가게, 상품을 검색하여 시흥시 지역화폐인 모바일시루로 결제한 후 선물을 보내면, 선물 받는 사람은 카카오톡으로 받아 해당 가게에서 사용하면 된다.


 소비자는 현재 10%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모바일시루로 동네 단골가게 선물하기 결제가 가능하고 가맹점은 가게 상품과 서비스를 기프티콘으로 만들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여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기프티콘 결제 수수료는 5%이다. 시흥시와 제휴를 통해 기존 기프티콘 시장의 수수료 10~12%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골목가게에서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돌리는 비용 정도이다.(더 낮추고 싶지만 이 5%의 수수료에도 PG수수료 등 여러 기본 수수료 빨대가 꽂혀있다)


 출시 전이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특히 젊은 동네가게 사장들의 환호가 들린다. 매우 다양한 기프티콘 사용처도 확보했다. 예를 들어 동네 헬스장, 네일숍, 공방, 한의원 등 기존에 보지 못한 기프티콘이 선을 보인다. 동네 단위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시흥시만 하더라도 별다방 기프티콘을 쓰려면 동네에 매장이 없어 대처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기프티콘에 식상한 소비자도 적지 않다. ‘우리 동네에도 괜찮은 가게와 상품이 있는데 이걸 기프티콘으로 선물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수요가 존재하는 것을 현장에서 듣게 된다. 게다가 지역화폐로 구매한다면 일종의 할인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유인 요소도 만만치 않다.


 마침 또 코로나19 시국 동안 열지 못한 지역 맘카페에서 플리마켓을 재개하며 동네티콘 홍보 부스를 마련해 주겠다는 감사한 연락이 왔다. 지역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선물 경제(gift economy)란 개념이 있다. 네이버 검색 결과에 따르면, 재화를 선물로 나누어줌으로써 물질적 필요를 충족하는 경제를 뜻한다. 이는 개인 또는 일정한 집단들이 재화를 물물교환하거나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메커니즘에 따라 상품을 거래하는 교환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포틀래치 경제라고도 한다.


 이 같은 선물 경제의 적용 사례로 협동조합이나 로컬푸드 매장을 지목하기도 한다. 선물 경제에 의한 교환체계가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매장 또한 일정한 지리적 공간에 사는 사람만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잠재적 조건에서 출발하므로 선물 경제의 개념을 담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으로 선물 경제가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지역공동체 강화를 최종 목적으로 두고 있는 지역화폐와 연결하고, 기존 거대 플랫폼의 기프티콘을 차용해 동네단위로 재구성하는 시도가 바로 시루 동네티콘, 두구두구 앱이다.


 시루 동네티콘을 준비하다 보니 절로 ‘동네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이야기가 신음처럼 나오게 되지만(세상 쉬운 게 없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공공이 견인하는 새로운 동네기반 소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음에는 시흥시가 시도하는 또 다른 ‘별난 짓’을 소개한다. ‘시루 동키마켓’이다. ‘동네를 키우는 마켓’의 줄임말이고, 마스코트는 정말 당나귀(donkey)이다. 그 당나귀가 어떻게 동네를 키울지 기대하고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