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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도시’ 춘천, ‘수도권 시대’의 생존법(유정배 사단법인 강원살림 상임이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7:12
조회
135

유정배/ 사단법인 강원살림 상임이사



1939년 개설된 경춘선이 오는 12월 21일, 복선전철로 개통된다.

경춘선 복선 전철은 춘천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정치인, 지역 언론 등 춘천의 유지들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동시에 새로운 춘천이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경춘선 복선전철 로 ‘수도권 시대’가 열리고 춘천발전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부풀었다. 예전에는 변두리였던 남춘천역 주변이 중심지로 급부상하였고 39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며 700억 짜리 환승센터가 역사 옆에 신설되는 등, 변방 춘천의 변모가 마치 강남을 따라가는 듯 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인구가 늘고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들고 있으며 ‘전세대란’ 이 일어나는 등 수도권 개발지역에서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낭만도시’ 춘천이 ‘거품도시’로 바뀌고 있는 걸까 ?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착시는 지역 정치인과 땅 부자, 그리고 외지 개발업자들의 집요한 마케팅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고 미분양 아파트가 일부 해소 된 것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의 기대효과를 노린 가수요 일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도권과 공간적 거리가 수도권의 다른 도시들과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은 오히려 춘천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듯이 춘천은 ‘강원도’ 춘천이지 ‘수도권’ 춘천 일수 없는데, ‘수도권 시대’ 운운 하는 것은 춘천을 이도 저도 아닌 도시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춘천의 도시 정체성이 외지인, 특히 칠팔십 년대에 수도권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의 눈으로는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낭만도시’ 이겠지만 춘천사람들에게는 외부인의 시각 일수 있다. ‘낭만도시’ 춘천은 춘천시가 외지인을 향한 장소 마케팅을 위해 발굴한 소재이지 춘천의 역사와 장소적 소재에 기반 하거나, 춘천사람들의 정체성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달리 보면 춘천은 ‘군사도시’일수도 있고, ‘문화예술도시’의 면모가 있기도 하며 ‘교육도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춘천사람들이 긍정하고 있는 정체성의 실체가 애매하거나 아직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낭만도시’ 춘천은 ‘수도권 시대론’과 연결되어 있다.

‘수도권 시대론’의 문제는 춘천이 외부에 의존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수도권에 빌붙어야 춘천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춘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솔직히 말해 수도권 시대를 살아갈 춘천에게 수도권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관측자의 주관적인 이해나 욕망에 따라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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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운행중인 경춘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른바 ‘빨대효과’가 있을지 ‘적하효과’가 더 클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다. 다만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으며 잘해봐야 수도권 변방이 된다는 것이 경험적인 사실이다.

역사적인 경험은 크고 센 놈한테 빌붙는 것이 모든 약자에게 이롭지 않고 오히려 진짜 약자들에게는 고역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교통망이 좋아지면 외부세계와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그것을 통해 상호발전이 이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고립된 세계가 풍요를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진리이다. 따라서 무엇을 가지고 교류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교류가 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고유의 어떤 것을 공감해야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도권에 모든 자원과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수도권 시대’가 온 것은 춘천이 어이없는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따라서 수도권 시대 춘천시민들은 우선 정신 바싹 차리고 정체성 세우기에 들어서야 할 일이다.

서울사람들이 춘천에 와서 춘천고유의 무엇에 감동하고 공감하도록 자신을 가꾸어 가는 일, 그것이 ‘수도권 시대’ 춘천의 생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