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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의 실상과 허상(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7:13
조회
238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로 재개된 연평도 사격훈련이 무사히(?) 지나가 천만 다행이다. 북한이 다짐했던 ‘응징’은 없었다. 북한이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보도된 북한의 성명 가운데 “계획했던 사격수역과 탄착점까지 변경시키고”라는 구절이 있다(연합뉴스, 2010-12-20 19:48 송고). 그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이는 사태의 본질과 관계된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 영해를 지키기 위한 군사훈련이고, 우리 영해에서의 통상적인 사격훈련일 뿐이라고 한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북한의 생트집일 뿐이며, 북한은 정말 깡패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영해란 통상적으로 해안선을 둘러싼 연안수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범위는 국제해양법상 12해리(약 22km)까지 가능하다. 그러면 지금 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지역은 어떤가? 물론 연평도에서는 당연히 12해리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그 구역이 북한의 육지, 즉 황해도 해안에서도 12해리 안에 들어간다는 점이다(아래 그림 1 및 그림 2 참조). 그리고 국제해양법상으로 섬은 육지에 비하여 큰 비중을 주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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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백과(미국 판)에서 소개된 미국 정부의 지도이다. 이를 보면 북한 해안으로부터의 12해리 선은
NLL을 넘어 그 이남까지 많이 내려오며, 남과 북의 등거리 선(섬을 무시한 상태에서 그은)도 NLL보다
한참 아래쪽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 출처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Northern_Limit_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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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측이 주장하는 영해선(2006년 4차 장성급회담에서 북쪽 제안)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우리 서해 5도 섬들과 북한 육지 사이에서는 기존의 NLL에 근사하게 그어져 있으나,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바다에서는 NLL 이남으로 훨씬 내려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북한이 ‘영해 경계선’과
‘해상군사분계선’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영해경계선’과 ‘군사분계선’을 구분하는 것이 옳다.
영해는 국제해양법에 따라 자국의 육지를 둘러싸는 구역인 것이고, 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군사역량을 상호 후퇴시키는 기준선이다. 그리고 우리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은 육지의 휴전선뿐이며, 한강하구나 서해 바다에는 군사분계선을 두지 않았음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NLL이나 북한이 얘기하는 해상군사분계선이나 모두 정전협정에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다만, 영해는 정전협정에 관계없이 남이나 북이나 모두 고유한 범위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접경수역의 경우 그 경계선에 남북이 협의하고 합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하여
우리는 NLL, 즉 해상군사분계선을 우리 영해의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북한은 그 둘을 구분하고
우리의 NLL이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림 2 출처 - 한겨레신문, 2009.05.28 (http://photo.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02&newsid=20090528201019499)


그렇다면, 우리의 영해를 지키고, 우리 영해 안에서 포격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도리어 북한 영해에 대고 포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아래 그림 3 참조).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물론 북한의 영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다툼이 있지만), 북한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물론 우리는 바다에 쏘았는데, 북한은 바로 군 진지에 그리고 민간시설에 쏘았으니 북한이 죄를 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먼저 도발한 책임은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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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군사훈련이 NLL 이남에서 실시되었지만, 그 지점이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 선을 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림 3 출처 - 코리아 타임즈,(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10/12/116_78317.html)


문제는 NLL이다. 사람들에게 NLL은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 영해의 경계이다. 우리 포사격 훈련이 NLL 남쪽에서 수행되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NLL이 북한이 주장하는 12해리 영해선 북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선이라는 점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NLL 자체가 자신들의 영해를 침탈하는 선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지 모른다. NLL을 의심하다니! 휴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군대가 지켜 온 수역이 우리 영해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라고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NLL은 북한 황해도를 빙 돌아가며 포위하듯 되어 있다. 그것이 남북의 경계선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국제해양법적으로 보면 NLL은 우리의 영해선보다 북한의 영해선에 훨씬 가깝다.

사실 NLL의 진실은 거기에 있다. NLL은 휴전 이후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즉 미군)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선이다. NLL은 원래 우리 영해의 선으로 그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측 배나 비행기가 더 이상 북쪽으로 올라가서는 안 되는 선으로 설정된 것이다. 그래서 명칭도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이다. NLL은 우리 남한이 설정한 것도 아니고, 미군이 설정한 것이며, 그것도 남북을 가르는 해상의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우리 군이 북한 연안수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내부통제용으로 설정된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제적으로 공포될 것도 아니었고, 북한에 통보될 일도 없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에 통보하였다고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유엔사도 그에 대하여 아무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또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어떻게 설정되었든, 우리가 사실적으로 수십 년간 지배해 왔으니, 우리 영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소위 ‘실효적 지배’ 이론이다. 그러나 이쪽 입장에서의 실효적 지배란 저쪽 입장에서는 강탈과 침략에 다름 아닐 수 있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대마도 이외에 포항 앞 바다, 그리고 마산 앞 바다에 조그만 일본 섬들이 또 있다고 해 보자. 그리고 일본의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강력하여 그 섬들과 한국 해안의 등거리 선을 그어 놓고, 그 선 아래, 그러나 우리 육지에 가까운 연안 수역을 수십 년간 지배하여 왔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것이 일본 영해가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러한 전형적인 강권적 침략의 논리를 법의 논리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 예는 경우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남한과 북한은 휴전상태, 즉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휴전상태의 전쟁법에서는 그러한 사실상이 지배가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전협정에 해상 경계선에 대한 규정이 없고, 또 휴전체제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해상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할 때, 휴전상태에서는 결국 무력적 지배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른다. 아니 전문가들도 잘 모른다. 우리 정전협정은 서해 해상에 아무런 경계선을 두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대측 육지의 인접해면, 즉 연안수역을 존중할 것을 명하고 있다(정전협정 제2조 제15항). 남과 북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일정한 선을 설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측의 인접해면을 침범하게 되면 그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리고 그것을 군사적으로 강제한다면, 이는 무력적 적대행위 혹은 침략행위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북한의 공격에 대하여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NLL을 군사적으로 강제하고 그 부근에서 포사격훈련을 하는 것이 먼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정전협정이 얘기하는 북한의 ‘인접해면’이 어디까지인지는 다툼이 있으며 확정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휴전 협상 당시 북한은 12해리, 유엔사는 3해리를 주장하였고, 양측은 그에 대하여 합의를 보지 못하였다. 이후 국제해양법은 최대 12해리까지 영해를 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그것이 양측의 접경수역에서 그대로 관철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남북 양측이 모두 상대 육지(섬 포함)의 ‘인접해면’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NLL은 우리의 ‘인접해면’을 지키는 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NLL은 원래 북한의 인접해면을 침범하지 말도록 설정된 선인 것이다. 따라서 NLL을 우리의 ‘인접해면’ 혹은 ‘영해’의 경계라고 말하는 것은 정전협정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해양법상의 법리에도 맞지 않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NLL은 다툼이 있지만, 북한의 ‘인접해면’ 혹은 ‘북한의 영해’를 침범하는 선일 수도 있다.

물론 서해 5도와 북한 육지 사이의 수역에 있어서는 NLL이 양측의 ‘인접해면’의 경계로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너른 바다에 북한 육지에 바짝 붙여서 그은 NLL 부분은 특히 의심스럽다. 1999년부터의 수차례의 서해교전, 그리고 이번에 연평도 사태도 바로 그 부근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NLL을 우리의 영해선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것이 군사적 애국주의와 대중적 분노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여 NLL은 정전협정에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정전협정에 반할 수 있는, 그리고 국제해양법상으로도 온당치 않은 선을 우리가 그저 군사적으로 강제하고 압박하고 있는 선이다. 도리어 북한의 영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선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휴전체제에서의 사실상의 지배로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정전협정의 정신, 적대행위를 방지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우리 휴전체제의 근본(정전협정 제2조 제12항)을 뒤흔드는 공격적 행태일 수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런 군사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는가?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연평도 사태는 일회적이고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고, 길게는 NLL을 둘러싼 휴전 이후의 분쟁에서부터 가깝게는 천안함 침몰 이후 우리 측의 강화된 서해 훈련 그리고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상호 에스컬레이트 되어 벌어진 일이다. 우리 측의 사격훈련에 대응하여 북한도 이미 지난 1월과 8월에 해상포격훈련을 하였고, 처음에는 NLL 이북에서 실시되었으나, 이후에는 NLL 이남까지 포탄을 쏘았으며, 이번에 마침내 연평도까지 포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상호 ‘영해’를 지키기 위한 기싸움이 결국 남북 모두를 공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우리 군이 정말 사격 지점을 옮겼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리하여 우리 군이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를 넘지 않는 선에서 포격훈련을 하였다면, 우리 혹은 미국 측의 자제력을 높이 평가해 줄 부분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는 명분으로 짐짓 말하는 것이라면, 확전을 피하기 위한 북한의 대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정말, 어찌 보면 세부적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 너른 바다에 선이 어떻게 그어져 있는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선을 가지고, 우리는 ‘영해’라는 추상적인 관념으로 싸우고 있다. ‘영해 절대사수’라는 명분에 분노하며 우리는 서로를 살상하고 있다. ‘영해’의 경계선을 엄밀하게 확인하자고 하면 끝없는 다툼과 자존심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리하여 나온 해법이 바로 ‘공동어로구역’, ‘서해평화협력지대’였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제2차 정상회담, 10.4 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 합의는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현재 한반도 전쟁위기의 책임을 누가 져야하나? 우리 정부는 영해의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본 바와 같이 NLL은 영해의 경계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 만약에 국제사법재판소(ICJ)에라도 간다면, 우리가 승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현재 NLL은 우리 영해를 지키는 방어적 의미보다 오히려 북한을 압박하는 공격적인 요소가 강하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서해 5도 수역의 평화적 관리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 그를 위하여 NLL에 대한 진실과 합리적 토론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군부 그리고 정치적 보수 언론이 NLL에 대한 일방적 관점을 주입하고, 또 그렇게 형성된 국민들의 ‘순진한 분노’를 다시 활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기득권을 강화하는 이런 어리석고도 서글픈 악순환은 이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