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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효과 논란, 무엇이 우선일까?(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0-18 10:05
조회
116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올해도 국회에서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정부 지원은 0원으로 국회에 올라갔다. 여야 공방 끝에 결국 3,525억원이 편성됐으나 어떻게 될지 미지수이다.


출처 - 한국경제


지역화폐 지원은 이미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간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당초 목표대로 진행되었는지 등의 측정의 영역을 거치지 않은 채 누구의 정책, 어느 당이 미는 것으로 지원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화폐 국비 지원 중단의 근거로 ‘지역화폐는 지자체 고유사무이므로 별도의 국비 지원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역화폐는 대표적 재정 중독 사업’이라는 입장을 밝혀 온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과 행정부의 입장을 떠나 지역화폐 지원 정책의 성과부터 제대로 측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크다.



출처 - 한국경제


지역화폐 지원 효과에 관해 가장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지난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역외소비 유출 차단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상쇄돼 사라지며 특정 지역에 소비가 몰릴 경우 인접 지역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역화폐의 발행으로 소비지출을 특정 지역에 가두는 것은 중앙정부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2023년 올해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 에 관한 연구’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지역화폐 효과의 지역 간 소비전환 경로와 관련하여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역외 소비유출 억제 효과가 외부로부터의 소비유입 감소로 서로 상쇄되어 제로섬(zero sum)이 된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지역화폐 도입 이전의 지역 간 소비 유출입 구조가 균형(balanced)이었더라면 이 주장은 타당할 수 있으나 지역화폐 도입 이전에 소비유출이 심각했던 지역과 소비유입이 컸던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다면, 지역화폐 도입은 소비유출이 심각했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신문


지역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는 부정적인 내용보다 양적인 측면에서 더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행정안전부의 의뢰로 한국행정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의 효과 분석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매출 증대, 종사자 증가, 지역 균형 발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르면, 예컨대 기초 지자체에서 발행한 상품권 공급액 비율이 1%p 증가하면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 업종들의 평균 매출액이 8.33% 증가했다. 또 상품권 공급액 비율이 1%p 증가할 때 적용 업종의 평균 종사자 수가 2.10%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업종별로 고용이 약 6.0명 늘어난 셈이다.


지역 균형 측면에서도 지역상품권의 효과가 명시됐다. 인구 밀도가 낮고 면적이 작은 지역일수록 상품권 공급 비율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액 증대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비 지원 과정에서 인구 감소 지역 등 소규모의 열악한 지자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상품권의 효과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긍정 평가에 대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긍정 평가와 별도로 재정 지원은 지자체의 몫’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산업경제


이와 별도로 앞서 지역화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 대신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정부의 지역화폐는 예산 전액 삼각, 온누리상품권은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의 올해 1~8월 발행 실적은 연간 목표 발행액의 2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도입 목적은 사실상 같다. 좀 더 면밀한 정책 평가와 역량 투입의 적정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