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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서보학)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1-01 11:15
조회
172

서보학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는 유래없는 검찰공화국을 경험하고 있다. 정치의 하위파트너로 치부되던 검찰이 이제 정치의 중심세력이 되었고 정치권, 관료사회, 경제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 시민사회 등 전체 한국 사회가 검사들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지경이다. 나라의 대소사를 온통 검찰의 압수ㆍ수색을 통해 해결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를 통합하고 영도하는 국가의 지도자인지 아니면 자신의 적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검찰총장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과거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편파 수사와 기소로 악명이 높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시민들의 강력한 개혁 요구로 지난 2013년 폐지되었는데 이제는 검찰 특수부가 용산 대통령실의 직접 하명을 받아 궃은 일을 처리하는 ‘용와대 중수부’가 된 형국이다.



출처: 연합뉴스


압권은 역시 야당 대표 이재명 죽이기에 나선 검찰 수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1년 6개월간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한 표적수사에 몰입해 왔다. 각 검찰청에서 차출되어 투입된 검사만 70여명, 압수ㆍ수색만 376회로 집계되었고 구속영장청구도 2회 있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ㆍ백현동 특혜ㆍ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기소되었고 대북송금 대납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여당은 검찰의 칼춤에 장단 맞춰 야당 대표를 비방ㆍ공격하는 데만 당력을 집중하고 있고 야당은 검찰의 전방위적 공세를 방어하느라 당력을 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민생의 어려움을 보듬어야 할 국회에서는 정치가 실종되었다. 말로는 “국민이 옳다”고 하면서도 민생의 어려움은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뇌리에 자리하지 않는다. 검찰의 위세에 정치가 질식ㆍ실종된 상황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검사들이 이재명 수사에 차출ㆍ투입되면서 일선 검찰청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사건처리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 뭐라도 나올 때까지 계속 털어대는 인디언 기우제식 검찰 수사. 우리 정치사에서 협치의 대상인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해 검찰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무차별적으로 수사에 나섰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총선을 겨냥한 검찰의 전면적인 정치개입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前장관을 치면서 자랑스럽게 떠벌렸던 ‘살권수’, 즉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1년 6개월째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이긴 마찬가지이다. 역시 대통령 처가 땅이 연루되어 있고 국토부 장관과 관료들의 직권남용 의혹이 짙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검찰의 민낯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후안무치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단임제라는 것과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이 그대로 유지되어 - 희망컨대 -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윤석열 정부는 급속히 식물정부로 전락할 것이다. 반면 반대세력을 향한 검찰의 미치광이 칼춤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차기 22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법을 개정해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부 세력이 검찰개혁에 동참해 국회 2/3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에서 무도한 검찰권의 횡포를 온 국민이 경험하였던 만큼 차기정부에서 검찰 조직이 맞닥뜨릴 역풍은 토네이도급으로 매우 거셀 것이다.


앞으로 시간은 빨리 흐르고 조만간 우리 사회는 현정부에서 대통령을 뒷배 삼아 온갖 횡포를 저지르며 초거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검찰을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다시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의 방안은 무엇인가? 정답은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데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 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이 막강한 권한이다. 잘못 사용될 경우 한 사람의 삶을 억울하게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거악 앞에 눈을 감아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선진 외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하여 상호 감시ㆍ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검찰은 여전히 정치인 및 관료들의 부패범죄ㆍ경제범죄ㆍ기업범죄 등 중요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검찰의 감시와 칼날 앞에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기관이, 단체가 과연 있을까? 그동안 검찰은 이런 독점권력을 가지고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4명, 총리 등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관료, 수많은 정치인,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법정에 세웠기 때문에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한 검사들의 위세와 자신감은 짐작하는 것 조차 어렵다. 아마 검찰은 야당 대표 이재명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처럼 쉬운 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1년 6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이재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짜 범죄의 실체가 있어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실체가 없는데 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시나리오에 기초해 기소를 한 것인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수사와 기소를 검사가 독점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경과와 내부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한 범죄가 드러난 바 있고, 지난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어 옥살이를 한 한명숙 前총리에 대해서는 검사가 허위 증언을 교사하는 등 조작에 가까운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제17대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에서는 온 국민이 검사들의 거짓말 농단에 놀아나지 않았던가. 일단 기소가 되면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은 항상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판사들을 비난하며 빠져나간다. 청부 수사ㆍ기소를 한 검사는 승진으로 보답받고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악전고투 끝에 상처뿐인 승리가 남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항상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고 있는 한 모든 시민, 모든 단체, 모든 기관은 언제든지 검사들의 횡포와 거짓된 혀에 놀아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출처: 법률신문


검찰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더 이상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고쳐 쓰려해서는 안 된다. 일단 검찰을 죽여야 한다. 검찰청법과 검찰조직을 폐지하여야 한다. 그런 뒤 기소청을 새로 설립하고 엄격한 재임용 절차를 거쳐 손이 깨끗한 검사들을 채용한 뒤 기소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로 검사를 Prosecutor, 검찰을 Prosecutor‘s Office로 표현하는데 이는 기소관, 기소청이라는 뜻이다. 향후 기소청 소속 검사들은 기소권으로 경찰 및 기타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고 법원의 재판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사회를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는 검찰을 없애지 않는 한 조만간 이 땅의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고 부패가 온 사회를 뒤덮게 될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라고 말했다. 아니다. 이제는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