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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흉기로 변한 방패...공권력의 야만 조직된 기동대가 농민 상대 과잉 폭력...무고한 시민 끌어가기도 (코리아포커스 200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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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6-29 17:39
조회
281

야만도 이런 야만이 없었다. 공포도 이런 공포가 없었다. 한마디로 ‘살인적 진압’ 그 자체였다.

15일 농민대회는 공권력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야만을 보여줬다. 허준영 청장이 경찰창설 60주년을 맞이해 선포한 ‘인권경찰’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15일 농민 수백여명이 부상당한 참상은 전적으로 경찰에 책임이 있다. 농민들도 몽둥이를 휘두르지 않았느냐 하는 반론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결코 면죄부가 주어질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얼마든지 방어만 할 수도 있었다. 소화기와 물대포면 충분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물대포는 농민들을 제어하기에 충분했다. 경찰은 물대포로 농민들이 곧 추위에 떨 것이고, 집에 돌아갈 버스들이 여의도대로에 가득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의 이날 진압은 ‘맘먹고 하는 것’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후 4시 시위대가 전경과 대치를 시작한지 몇 분뒤 바로 강제진압에 대한 방송이 나왔고, 그 몇분뒤 격렬한 강제진압이 시작됐다. 엄청난 토끼몰이였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도망가다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뒤에서는 경찰이 농민들을 방패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피가 낭자했다. 여러 농민들이 쓰러졌다.

그 바람에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던 장애인이 탄 휠체어가 쓰러지는 봉변을 당했다. 이러다가 누군가 죽을 것만 같았다. 끔직한 공포 그 자체였다.

누구도 경찰에게 방패와 곤봉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라고, 그것도 대부분 50대, 60대의 힘없고 초라한 농민들을 향해서 휘두르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러한 권한을 경찰에 부여한 적이 없다. 더구나 헌법은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집회 및 시위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실정법 위반은 집회 후에도 얼마든지 의법조치할 수 있다. 지혜로운 권력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냉정과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또 민주적인 권력이라면 현장에서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권력은 분명히 참상을 낳고, 국민들로부터 불신만 살 뿐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만 전문으로 감시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농민들이 다소 과격한 행동을 한다고 훈련되고 조직된 기동대가 통제불능 상태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명백한 공권력 남용으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맥락이다.

사실 1만여명의 잘 훈련되고 체력이 왕성한 20대 초반의 전경들과 힘없고 지친 5,60대의 농민들과의 충돌의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경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여의도공원 안까지 강제진압에 나섰다. 여의도공원에 모여있던 농민들은 여의도 대로쪽으로 쫓겨갔다. 원래 농민대회 관계자들은 이때 내심 여의도공원에서 행사를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평화로운 마무리 기회를 주지않았다.

이 진압과정에서 또 수십여명의 농민들이 쓰러졌다. 곳곳에서 피가 낭자했다. 전경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여학생들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약탈 사건도 일어났다. 전농은 16일 시위참가자인 창원군 농민 김 모씨가 도망가다 쓰려지자 전경들이 달려와서 때리고 뒷주머니의 돈 60만원을 빼앗아 갔다고 공식발표했다.

경찰은 또 농민들이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운뒤 돌려주지도 않았다. 여의도공원 일대의 노점상들도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결국 농민 한명이 실명하는 등 농민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결국 농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농민대회는 어느덧 농민게릴라 유격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여의도대로로 쫓긴 농민들중 일부가 결국 경찰 버스 3대에 불을 질러 전소됐다. 여의도 하늘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타이어가 펑크나는 굉음소리는 주변을 더욱 놀라게했다.

이날 경찰 지휘관들은 뒤에서 “과감하게 해버려”, “밟아버려, 밀어버려”, “돌 던지면 진압해버려” 등의 말로 전경들의 과잉진압을 조장했다. 전경들의 입에서는 쉴새없이 “죽여버려, 개새끼들” 등 흥분의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항의하던 시민한테도 바로 욕설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무서운 밤이었다. 김남주가 80년 5월의 학살을 슬퍼하면서, ‘아 이 얼마나 무서운 밤이더냐’라고 시로 쓴 바로 그 무서운 밤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통제력을 잃은 공권력이 얼마나 살벌하고 무자비할 수 있는지 모든 것을 보여줬다.

경찰 지휘관은 방송을 통해 “아들같은 전경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고 얘기했지만, 이날 전경들은 부모같은 농민들을 두들겨패는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전농은 쉴 틈없이 계속된 전경의 과잉진압으로 부상자 숫자마저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농은 16일 아침에야 500여명의 농민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치’를 밝혔다.

15일 농민대회는 오후 4시20분쯤 시작된 강제진압이 7시10분까지 3시간동안 ‘야만의 상처’를 남긴 채 끝이 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진압이 끝난 후 여의도 공원 일대 여기저기에서 방화범을 잡는다며 마구잡이 연행이 시작됐다. 여러명의 농민과 시민들이 연행됐다.

그 와중에 무고한 시민들이 경찰들에게 구타당했다. 최소 3명의 시민이 끌려가다가 주변 시민들의 항의로 풀려나는 상황을 기자는 직접 목격했다. 심한 구타를 당하고 연행당할 뻔한 김진만씨(30)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 것이냐,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라며 절규했다.

이날 과잉진압은 명백히 도를 한참 지나쳤다. 오죽했으면 한 농민이 “대한민국 경찰이 미쳤다”라고 절규했겠는가. 농민시위의 과격성을 문제삼을 수도 있겠지만, 이날 만큼은 양비론(兩非論)이 성립하지 않는다.

넘어진 시위자를 발로 밟고 때리고, 무방비의 여학생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도망치는 시위자를 뒤에서 방패로 찍어내리는 것은 불법의 수준을 넘어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양비론은 이러한 경찰폭력 문제들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뿐이다.

이날 과잉진압은 아펙을 앞둔 ‘본떼보이기’란 지적도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17~19일 아펙행사장 등에서 대대적인 반아펙 시위를 준비하고 있고, 농민단체들은 18일,21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대규모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와 경찰은 농민대회 진압과 같은 ‘본때 보이기’와 무자비한 폭력은 더욱 격렬한 시위를 부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다시는 과잉진압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번 사태를 단단히 성찰하고, 매듭지어야 한다. 과잉진압의 책임자를 가려내고, 유혈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예방책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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