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 2년] 시민단체 정책따라 '극과 극'(국민일보, 2005.2.24)

집권 3년차를 맞는 참여정부의 각종 정책과 방침에 따라 시민단체들의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여성,과거사,문화 관련 단체들은 지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경,노동 단체들은 정부 출범 당시 지지를 철회하고 투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군’으로 남은 단체=가장 확실한 ‘지원세력’으로 남은 건 여성단체다. 이들은 호주제 폐지 추진과 성매매특별법 시행,보육 예산 확충 등 참여정부의 여성 정책에서 성과가 뚜렷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장은 “여성가족부를 신설키로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지지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규명 관련 단체들도 한일협정 문서 공개와 7대 과거사 진상규명 착수 등을 치적으로 꼽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이 정부 들어와서야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했다. 문화연대 등 문화계 단체들도 지난해 6월 최초의 문화 관련 중장기 종합계획인 ‘새예술정책’과 ‘문화비전’이 수립된 일 등을 높이 평가하며 실천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립각’을 세우는 단체=새만금 사업,천성산 터널 공사,부안 핵폐기장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마다 정부와 갈등을 겪은 환경단체들은 이미 정부에 등을 돌렸다.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은 “기업도시 및 골프장 건설 등 반환경적 정책들로 인해 참여정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대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많은 기대를 걸었던 노동 단체들도 “노사 관계가 오히려 후퇴했다”며 지지를 거두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 국회 처리 문제와 지난해 공무원노조 불허 등을 겪으면서 크게 실망했다는 주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쌀시장 개방 협상 과정을 볼 때 농민 보호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도 현 정부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시민실천연대 사무국장은 “DJ 정권 때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고,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인권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으나 참여정부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도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으나 참여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아닌 우리의 투쟁과 여론의 산물일 뿐”이라고 냉소적 입장을 취했다.

권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