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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호] 코로나 시대, 학생인권의 현주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9-16 14:45
조회
396

허창영/ 광주광역시교육청 학생인권구제담당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고, 그 흔하던 모임도 거의 사라졌다. 나들이도 조심스럽고 여가를 즐기는 일도 눈치가 보인다. 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도 실업률의 증가와 불평등의 확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표현과 집회, 사생활 등 가장 고전적인 자유의 영역까지 방역 앞에서는 양보를 요구받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최우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나라와 국민이 골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더 나아가 코로나19를 야기하게 만든 사회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어디에서 어떤 원인으로 발생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후위기를 초래하게 만든 책임이 개발과 소비 중심의 성장을 거듭해왔던 인류에 있다는 점도 다들 알고 있다.


 그러니 이 거대한 재난 앞에서 인류는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들 예측한다. 그래서 이제는 극복이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교육 현장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우선 감염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던 시기에는 등교가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학생들이 없는 학교, 전쟁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미처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며 해야 하는 활동은 거의 중단되었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소통하기 어려웠고, 학생들 간 관계 형성에도 제약이 많았다.


학생마다 온라인 환경도 제각각이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어 다시 등교를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부분 등교, 확진자 발생 학교의 등교 중단 등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업만 있고 생활은 없는 학교생활


 등교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학교도 혼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역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의 일상이 자유로울 수 없다. 등교를 해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을 수 없고, 원칙상 학교에서도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예방책들이 학교 안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단축수업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불안이 큰 학생의 경우에는 등교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고, 대면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교는 방역의 최전선이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수업만 있고 생활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말 답답한 것은, 이런 대혼란 속에서도 학생인권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학생인권에 큰 변화가 있는지를 묻는다. 물론 일반적인 방역 상황에서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인권문제처럼 학교 안에서 학생들도 비슷한 인권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지만 방역상황에 대한 이해 때문인지 학생들도 대부분 수용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의 부족이나 관계 형성의 미숙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이 조금 늘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사와 만날 기회조차 없으니 신뢰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종종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고전적인 문제에서 맴도는 학생인권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상담을 요청하고 구제를 신청하는 일들은 놀랍게도 고전적인 학생인권 문제인 체벌, 언어폭력, 학습 강제, 차별 등이 다수를 이룬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안착되면서 현저하게 낮아졌던 학습 강제 주장이 다시 늘고 있다. 물론 강제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교사의 권유나 조언을 강제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학습을 둘러싼 갈등이 많아진 배경에 있다. 그것은 코로나19에도 굳건한 대학입시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혼란 속에서도 학업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입시는 변함이 없고, 그에 더해 정부의 정책은 수시의 축소와 정시의 확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어떻게든 수업을 하고, 시험을 치러 성적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대학입시가 코로나19를 이긴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겠는가.


 더구나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표상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 현장의 고민이 깊은 것은 당연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습을 권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여기에만 머물 것인가? 전 인류에게 전환적 고민을 던지고 있는 재난상황에서도 수월성 교육과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입시를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한 교육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성적에서의 격차가 아니라 교육적 접근 기회와 조건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재난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수업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혁신적이고 다차원적인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또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학생들의 삶을 살피는 교육으로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 나가고 있고, 또 나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고민에 머문다면 재난이 일상이 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일상을 그려나가야 할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지금이 기회다.


 대학으로 증명되는 교육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지금 현재 학생들의 삶을 살피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업이 아니라 생활이 가능한 학교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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