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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호] 우리가 만난 아이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2-21 15:07
조회
377

이근아/ 서울신문 기자


 소년범을 바라보는 언론과 여론의 시각은 한정적이다. 괴물, 악마, 잔혹함 등의 단어가 늘 따라 다닌다. 소년범의 삶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만 하는 것이 정말 어른으로서 올바른 것일까. 쉽게 말하듯 소년법만 폐지해 이들을 전부 형사 처벌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 소년, 사회, 죄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이근아·김정화·진선민 공저, 위즈덤하우스)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이십 대 기자 세 명이 1년간 100여명의 소년범을 심층 인터뷰와 설문 조사, 빅데이터 분석 등의 방식으로 들여다 본 300일간의 기록이다.



사진 출처 - yes24


 2020년 11월 5회로 보도했던 서울신문의 기획기사 ‘소년범-죄의 기록’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기사에 싣지 못한 취재 후기에 더해 기자 개개인의 경험도 녹였다. 저자들은 방황하는 소년범들의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고,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다고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학교 폭력의 피해를 입고 회복하지 못해 학교 밖 가출 청소년이 돼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 또래의 협박으로 조건만남의 미끼로 범죄에 휘말렸다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뛰어들었다는 아이 등 이들의 삶은 단순히 어리면서 큰 죄를 저지른 범죄자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저자들은 이들의 삶을 보여주며 소년범들의 재범을 막고 성인범으로 진화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좋은 어른들을 만나 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과 사회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취지다.


 저자들은 인터뷰와 여러 통계,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소년범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애쓴다. 특히 젠더적 관점에 따라 소년범을 분석한 시도가 눈에 띈다. 소년과 소녀, 각각이 어떻게 범죄에 빠져드는지를 이들의 말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 분석한다. 그 결과 소년은 고민을 터놓을 어른들이 없어 불안해 했고, 소녀는 엄마와 친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털어 놓았다. 보호처분 등의 현재 제도의 허점도 짚는다. 의식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가 늘 과포화 상태인 보호시설의 열악한 현실 등을 보여주며 사회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재사회화하지도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저자들 역시 소년범들의 죄를 무조건 감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소년범들은 여전히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은 채 비행과 범죄, 그 중간 어디쯤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짚는다.


 그럼에도 소년범들에게만 책임을 지워온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이 아이들을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의 삐딱한 말투와 눈빛은 구해달라는 신호 일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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