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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의 사회적 책임. 합법이라는 괴물의 유혹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20
조회
257

-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등 종교계 설립 사립대학 사례를 보면서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종교계 관련 언론 기사를 보면, 참 좋은 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만 포기의 김장김치를 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한 집안 김장도 제대로 함께 못해 구박당하는 처지에서 보면 더욱 존경스럽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종교계지만, 그래도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나눈 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종교지도자가 직접 나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하루 일정을 내어 몸으로 봉사를 하고, 성심 성의껏 낮은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은 흐뭇하다. 비록, 단 하루 언론에 비쳐지는 ‘쇼’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다.

수십 년 전 공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시절에 사립학교를 세워 근대교육을 일구어준 종교지도자들의 정신은 그래서 존경스럽다. 그러나 이런 고귀한 정신을 갉아 먹는 일부 사례들이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종교계 설립 대학에서 일어나는 합법을 앞세운 소송방식의 처리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강남대학교는 신학교로 출발해 복지관련 계통에서 주목받아온 수도권 인근에서 급성장한 종합대학이다. 학교 측은 ‘이찬수 교수’에 대한 교육부 소청심사위의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근 강남대 패소가 확정되었다. 이제 강남대 스스로가 답할 차례인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강남대의 당시 교목실장 등 종교지도자들은 합법이라는 괴물을 앞세워 총장, 이사장에게 승소를 확신했다고도 한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다들 잊어버린 한 교수의 사례이지만, 인권 종교관련 시민단체들은 대책위까지 구성하고 계속 주장해 왔다. 학교 측은 소송으로 시간을 끌다 제풀에 지쳐 포기하게 하거나 보상금으로 대충 덮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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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에서 부당하게 해직되었던 이찬수 교수는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하였지만 아직
복직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 교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 강좌를 진행하였다.


다른 학교의 사례를 보아도 보통 힘 있는 종교사학이 쓰는 방법은 법정 소송이다. 법대로 해 나갈 테니 법정에서 다퉈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종교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종교사학에서 이런 합법이라는 괴물을 이용하고 있다.

어느 사학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든다는 대형 법무법인에게 소송을 맡기거나 전관예우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 막대한 재력과 대학이라는 인맥을 갖고 대응하며, 여기에 상당한 종교적 결집력과 맹목성도 결합되어 위력을 발휘하려 하였다. 목사님이라는 지위를 가진 강남대와 관련된 종교지도자들은 반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또한 총장이면서 신실한 신앙인이라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천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학력위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먼저 고백한 사람과 끝까지 숨기려한 사람 어떤 사회지도자가 대중의 심판을 받았는지 곱씹어보아야 한다. 내일 강남대 홈페이지에 이찬수 교수가 복직되고 자신의 기본권과 명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강남대를 지켜보던 종교계 등 시민단체에게 또 하나의 공부할 사례가 생겼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원생 35명이 제적을 당했다. 전체 대학원생 150여 명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학생들의 종교는 다양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종교인 학생이 절반정도, 불교를 믿는 학생과 가톨릭과 기독교학생이 반반으로 정부 통계청 인구조사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학 분규가 일어난 대학에서 등록금 미납을 이유로 석·박사 과정 학생이 제적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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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스님이자 중앙종회(국회의원 격)까지 지낸 스님이 학교법인 이사장인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사태를 불교계에 알리기 위해 서울 조계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필자


불교계 언론들은 이 대학의 복잡한 사정은 종교계의 재산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대학 설립자이기도 한 전 이사장(덕해 스님)과 그의 제자(상좌)인 현 이사장(지욱 스님)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전 이사장과 가까운 총장을 현 이사장이 해임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현 이사장 지욱스님 측은 설립자인 은사가 판단력이 흐려져서 친인척들이 개입하여 불교대학을 다른 대학에 팔아넘기려 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학교를 지키려 총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이사회 구성원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신도회 회장 및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인 중진 스님을 이사로 새로 영입하는 등 측근으로 이사회 구성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들에 대한 해임 및 징계를 위해 학생들부터 ‘기강’을 잡기위한 조치라는 것이 졸업한 한 학생의 주장이다.

여기에 학교 측의 ‘서투른 대응’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 등록의 조건으로 ‘확인서’ 서명을 요구한 것이나 특정 교수들이 학생을 선동한다면서 교수 2인에게 조건부 사직서를 요구한 것에 대해 제적 학생들은 ‘비상식인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입생 면접일에 용역 직원을 고용해 재학생들이 학교에 출입하는 것을 막았고, 분규 이후 갑자기 학내에 CCTV를 설치한 것도 학생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요인으로 한 시사주간지는 보도하고 있다.

총장 직무대행 김 모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장 해임 사건을 계기로 교수협의회와 학생회가 유착해 조직적으로 등록 거부를 한 것이다. 등록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데, 등록기일 안에 등록을 안 하면 제적 처리한다는 학칙에 따라 행정적 처리가 끝난 사안이다. 확인서 작성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었고, 학생들을 살리기 위한 학교 측의 구제책이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직위 해제된 황 모 전 총장은 ‘총장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적 학생들은 ‘학생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놓은 상태이다. 지난 12월 2일 법원은 조정을 거쳐 학교 측과 제적학생들이 합의하도록 하였다. 특별한 이의가 없는 한 제적된 학생들은 다시 정상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제적학생대표는 재학생, 교육과학기술부, 불교 언론계, 종단,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정신치료학회, 기타 제적생 측에서 외부에 분규상황을 알렸던 곳에 공식사과문을 전달하고 학내분규의 종식과 학교복귀를 공식 발표하겠다는 조정안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4명 중에서 10명이 속해 있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또 다른 법정공방에 처해 있다. 학교법인 측은 사학법이 위임한 모든 권한을 동원하여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수들을 처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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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학생들의 제적만은 강행하지 말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필자


이사장 스님도 가처분의 결과와 상관없이 본 소송으로 들어갈 것을 직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언론에서 비추어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종교계 인사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광고의 한 장면이 되고 만다. 더 강렬한 인상은 종교계 설립 대학이 더 이익을 챙기고,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처신을 한다는 이미지가 더 남는 이유가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서민들의 얇은 살림살이에 자녀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수조원에서 수천억 원을 대학 적립금으로 쌓아 놓는 대학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종교계 설립 사립대학이 돈을 많이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돈을 무기로 종교사학은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연말 김장을 담아 어려운 이웃을 나누어 주듯 국가의 복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와 학교법인 보문학원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불교계 시민단체는 지난 10월말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1)법적공방을 마무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방안협의 2)조계종 중진 스님들이 배석하여 공동 협의 3)교수협의회 및 학생회 대표자와 협의할 사항 검토를 요청했다. ‘법적공방으로 엄청난 송사비용은 결국 막대한 낭비가 되며, 모두가 피해자가 만드니, <중재법>과 같은 내용을 검토하여 서로 화해할 길을 찾아보자는 주장이다. 아직 중재보다는 대형 법무법인을 통한 소송이 더 확실한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또 다른 이찬수 교수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지도자의 결단은 다소 독단적이고 위법적이어도 밀어 붙이는 힘이 있다. 좋은 일에 쓰면 약이 되지만 반대인 경우 답이 없다. 수만 명이 모여 종교차별을 주장하다가도 종교지도자의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어이없는 경우여도 대놓고 비판하지도 못하는 것이 종교계 내부의 현실이며, 과제이다. 더구나 사립학교법 등 법이 권한을 위임해 준 대학법인의 경우 종교지도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진 강자가 휘두르는 합법의 폭력은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권 시민단체의 역할과 중재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