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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상식적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김지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2-12 10:32
조회
265

김지혜 / 회원 칼럼니스트


이런 비상식적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계에 끼여 숨졌다. 전통적 산업 현장이 아닌 제빵공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SPC 계열사 공장에서 37건의 사고가 있었고 이 중 15건은 끼임 사고다. 심지어 사측은 사고 일주일 전에도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병원에 이송조차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공장 내 부속품일 뿐이다.


이것은 결코 SPC 사업장 내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하면서까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시장경제의 현실이 산재사고를 만들고 이를 지속시킨다. 산재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계속 발생하지만, 이것은 개별 사건, 사고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고가 대다수일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공장에서 다친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산재로 죽고 다치는 노동자가 속출하는데도 기업은 타격 받지 않고,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정부는 낙수효과를 이유로 기업의 편을 들기 바쁘다. 이러한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연대가 필요하다. 법이 아무리 개정되어도 일하는 자, 일을 시키는 자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산재사고는 멈출 수 없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힘의 관계이자 구조에 좌우되는 현재, 우리는 안전, 건강, 생명을 말하고 주장하며 요구해야 한다.


제빵공장에서 젊은 여성이 기계에 끼어 숨지기 불과 하루 전날에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교체 작업 중 지하철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은 법 탓을 할 때가 아니라 일하는 환경을 하나라도 더 점검하고 보강하고 연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