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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론의 망령(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6-15 15:27
조회
191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주적은 북한이라고 목소리를 돋구었다. 새 정부의 국방부는 취임 초부터 군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북한군과 북한정권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명기해 배포했다. 덩달아 육군참모총장은 공개발언을 통해 북한을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2022년 국방백서에도 주적론을 명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바야흐로 동족에 대한 주적관을 확립해 선제타격을 불사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세가 갈수록 드높아지고 있다. 동족대결정책이 노골화되면 될수록 더하여 외세와의 굳건한 동맹에 기초한 전쟁연습은 대규모 기동훈련으로 확대, 강화되고 외세의 핵 전략자산은 수시로 한반도와 그 주변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주적론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주적론에 입각한 새 정부의 역사적 운명을 예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동족대결에 사활을 걸었던 극우보수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주적론은 동족대결과 외세의존정책을 지속시킴으로써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분단냉전체제를 사수하고자 한다.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6.15, 10.4, 4.27, 9.19 남북정상의 합의를 전면 부인한다.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오고 우리사회에 종북색깔론의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리하게 하는 전조 증상이다.


출처-동포투데이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적론에 이전투구하면 할수록 당장은 상책인 듯 보일지 몰라도 주적론과 종북 색깔론에 기대어 정권의 수명을 이어가기에는 갈수록 살얼음판 걷는 듯 위기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에는 망조가 든다. 반드시.


 한국 민중은 오랜 세월 종북 색깔론에 핍박받고 저항하며 맷집을 키워왔기에 극우보수세력의 낡은 메카시즘 정책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종북몰이에 신명나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유신의 딸이 촛불혁명으로 민심의 버림을 받은 것이 그 예다.


 주적론이 지피는 동족대결 정세를 배경으로 국가보안법을 휘둘러 탈북자 간첩 조작 등 공안몰이를 하기도 예전과 같지 않다. 국가보안법의 위력과 기세를 키워 종북몰이와 더불어 희생양을 찾는 낡은 레파토리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더 이상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잘못 시도하다가는 정권 폭망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극우보수세력이 국가보안법에 기대어 종북의 광기로 온 사회를 휩쓸며 정권을 재창출하고자 모지름을 쓰던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동족 간 대립과 불신을 걷어내고 민족화해와 종전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것이 응당한 일이다. 민족분단의 고통과 한국사회의 분란을 가중시키는 주적론, 종북색깔론, 국가보안법 공안몰이는 역사의 낡은 유물로 폐기될 운명이기에 아예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분단냉전체제의 은신처로부터 주적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민중은 그 어느 때보다 주적론을 불러내며 한국사회에 종북의 덫을 놓고자 마수를 드러내 보이는 작태에 강력하게 맞서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주적론, 종북 색깔론에 손 놓고 당할 우리들이 아니다. 주적론의 망령에 맞서 그 근간이 되는 분단냉전체제를 완전히 허무는 그날까지 중도반단 없는 저항과 투쟁을 단결된 힘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 정부가 주적론의 망령에서 당장 벗어날 것을 조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