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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바람’(임아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6-08 13:48
조회
217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6.1지방선거가 끝났다. 민주당이 참패했고,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4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와 완전히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의 입장이 뒤바뀐 채 당시 결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결과였다.


 전국 광역지자체 17곳 중 12곳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145곳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지자체장으로 당선됐다. 4년 전 충남에서는 도지사(양승조)와 도의회 의석 대부분(비례대표 포함 총 42석 중 33석, 78.6%)을 민주당이 차지했지만, 올해에는 도지사(김태흠)와 도의회 의석 대부분(비례대표 포함 총 48석 중 36석, 75%)을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당진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4년 전 당진시장과 충남도의원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던 것에서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선됐다. 기초의회 의석을 절반 정도 차지한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도 두 당의 입장만 바뀌었을 뿐 같은 상황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무렵 한창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 바람이 불던 때였다. 올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직후 국민의힘 바람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4년 전 국민의힘 신세가 됐고, 절치부심 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중앙정치의 영향이 지역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소속 정당을 떠나 아무리 괜찮은 후보가 출마해 열심히 선거운동에 뛰어들어도 중앙정치의 바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바람이 당락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지방자치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후보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선택받기를 기대하면서도 실상은 정당의 공천에 더 많이 공들인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 또는 정치 철학과 상관없이 출마 당시에 바람이 부는, 인기 있는 정당을 기웃거린다.


 지난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정치에 입문하려는 정치신인들이 대거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인물난 속에서 후보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 당진시장 후보로 민주당에서는 예닐곱 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의 후보는 세 명이 전부였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감소하자 국민의힘 후보가 예닐곱명으로 늘어 공천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중에 한 명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치활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상황을 지켜보다 슬그머니 정치 일선에 다시 등장해 결국 당진시장으로 당선됐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으로 당진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낮은 지지율에 스스로 중도포기한 어느 후보는 판세가 뒤집어지자 국민의힘에 입당해 공개적으로 그 당의 당진시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바람이 좌우하는 선거에서는 정책도 공약도 무의미하다. 순풍을 타고 당선되느냐, 역풍을 타고 낙선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지방선거조차 지역은 없고 당만 남는다. 지방자치가 얼마나 더 오래 묵어야 ‘정당 바람(風)’이 아닌 ‘시민들의 바람(望)’ 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자치와 분권이 제대로 자리 잡을까. 지난해는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은 중앙의 바람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


임아연 위원은 현재 당진시대 부국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