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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황미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1:44
조회
524
사람들은 마지막이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관대하다. 극단적인 예로 죽음을 앞둔 사형수에게도 살아서의 모든 죄에 대해 사하여 주는 미덕(?)까지도 베풀고 말이다. 그래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아쉬워하며 연말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성금들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모아지고 있다. 본인이 속한 학교에서도 어김없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성금 모으기 행사가 있었다. 전교어린이회에서 결정된 3일 동안의 불우이웃돕기성금 행사가 담임교사들의 교육적 지도와 어우러져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과정상에 발생하였다. 문제가 진행된 경위는 이렇다.

성금을 모으고 교장, 교감, 교무부장, 담당부장, 담당계원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모여 수혜자 선정을 하였는데, 교장선생님께서 기사(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를 관리하는 행정실 소속의 공무원) 두 분이 어려우니 수혜자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나 일부만 포함시키는 것이 좀 그러하니 네 분 모두와 교무보조(교무실에 비치된 행정보조역으로 보통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으며 교사들의 업무지원이 목적이나 현실적으로는 교감의 비서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음), 우유배달 아주머니(우유를 각 반에 가져다주는 분으로 비정규직) 등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하였다. 담당부장이 기사 분들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교어린이회에서 결정하거나 교직원 회의 시 의견을 모아 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에 교장선생님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냥 관례대로 하자고 하며 담당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1학년을 담임하고 있는 담당부장은 코흘리개 아이들의 돈을 모아 정규직에 연금까지 있는 분들에게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본인과 의논을 하기위해 찾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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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내 유치원 어린이들이 13일 시청 광장에서 열린 불우이웃돕기 공동모금회
모금행사에 참가해 모금함에 성금봉투를 넣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일단 성금수혜자선정 원칙이나 기준여부에 대하여 확인하고 동학년 및 다른 학년 교사들의 의견을 조사하였다. 결과는 특별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는 것과 수혜자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바로 교감, 교장선생님께 수혜자원칙을 만들자는 것과 각 학년의 교사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시 선정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든 일에 대하여 교사들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것과 교육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보다 형편이 못한 사람들에게 지급된 것이므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교장선생님은 계원의 일에 월권을 행사하는 사람,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기사 분들을 고려하지 않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며 원천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등 수장으로서의 처신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행동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담임교사들이 추천한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혜자들에게 지난 18일 성금이 지급이 되고 말았다.
이에 해당교육청에 학교장에게 적절한 지도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돌아오는 답변 또한 가관이었다.

 

          ‘불우이웃돕기 수혜자 선정과 관련하여
           적정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혜자 선정 원칙 및 기준을 정하여 수혜자를 선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귀교에 지도하였습니다.’

 

‘어떻게 지도하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는 것이 무성의하게 느껴졌다. 역시 이후 학교의 어떤 변화에 대하여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었고 의견수렴과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본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전에 근무한 학교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였고 그 결과 원칙대로 해당 어린이들에게 지급되도록 개선시킬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얘기하고 있는 관례라고 하는 것도 역시 그전부터 아무 문제제기 없이 해오던 방식이다. 정확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서울시내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을 때는 교육적... 운운하며 막상 성금을 전해 줄 때는 마치 개인 돈인 양 인심 쓰듯 하는 행태들! 또한 이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저질러버리는 관행에 젖은 관료들과 가재는 게편이라고 그들과 한통속인 상부의 행정기관들 모두 한심하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도 얼마동안은 학교 행정을 맡아 진행할 것이라는 현실이 한숨 나오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작다면 작은 이런 일들이 원칙 없이 행해지고, 당연한 원칙들이 초라한 권력 앞에 기도 펴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현실은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교사들을 좌절시키고 입을 다물게 한다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교사가 말로 하는 가르침이 아닌 행해지는 실천 그 자체라고 했다. 교사개인의 행동은 개인의 행동만이 아닌 교육으로 승화될 좋은 바탕이 되는 것인데 이런 환경은 가지고 있던 원칙마저 현실과 타협하게 만들어 버린다.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런 일들이 이런 지면을 통해 고쳐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지나친 꿈인가! 아니면 이렇게라도 몇 마디 끄적여서 위안을 삼을 것인가!!
 

황미선 위원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