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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면 침묵하지 말고 느끼지 못한다면 나서지 말라 (최용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5:24
조회
423
호국의 달이었던 6월의 마지막 주에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하면서 이 노래 가사쯤은 알고 있으려니 짐작하고 나에게 ‘6 · 25의 노래’를 한번 불러 보라고 한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부른 6 · 25의 노래다. 착잡함과 더불어 내가 이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서글프다. 교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온몸이 섬뜩해진다. 조국의 원수들이 누구였던가?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떨어야 할 정도로 그들은 惡 그 이상이었단 말인가. 쫒기는 적의 무리 쫒고 또 쫒다니…… 그렇게 끝까지 쫒아서 무엇을 빛내자는 거였나. 안타깝고 부끄러운 민족의 상잔을 반공 이데올로기의 강고한 신념으로, 이렇게까지 잔인한 노래로 우리를 세뇌하고 분노의 철창 안에 우리를 가두고 담금질한 그 시대 문인이었던 박두진의 간교한 지식 앞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요즘 뉴스에 빠지지 않는, 학벌 시비와 그 학벌을 앞세워 지식인 양 행세하려고 억지를 부렸던 사람들이 창피한 꼴을 당한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는 게 무언가? 그 시대를 통과하는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팔을 불어대는 좋은 학벌의 가짜 지식인이 판을 치고, 야단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노라면 분노와 함께 처연함마저 느낀다.

 지난 5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의 안내와 설명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돌아보면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당대의 지식인이며 걸출한 건축 설계사였던 ○○○의 악마와 같은 이중적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불의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식은 타인의 피와 눈물을 양분 삼아 그 허망한 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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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논란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출처 - 경향신문


 이 시대 참 지식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知行合一의 참여와 실천이 따르는 지식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알고 있다면 침묵하지 말고 느끼지 못한다면 제발 나서지 말아야 한다. 알고 있음에도, 일신의 안위나 세상일의 허무를 핑계 삼아 현실을 외면하는 것 또한 지식인의 옳은 자세는 아닐지다. 그런 의미에서 아는 만큼 행동하고 느낀 만큼 실천하는 시민운동가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이지 않겠는가!
 

최용철 위원은 현재 도서출판 두리미디어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