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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쇠퇴, 몰락(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4-17 10:09
조회
419

장경욱 / 인권연대 운영위원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전 세계에 걸쳐 해외 미군기지를 설치하고 있는 미국이 일극 패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세계의 지정학적 분쟁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발하거나, 한편으로는 군비경쟁이 고조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등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무기지원에도 러시아에 대한 전세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에는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중단되고 현재의 고착된 전선에서 러시아의 점령을 인정하고 휴전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전쟁은 패권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서 미국은 가자 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전면 봉쇄로 민간인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편파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가자 지구의 민간인 학살과 인도주의적 재난을 초래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전쟁범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은 가자 지구 민간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범죄를 자행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천문학적 군사적 지원을 하며 집단학살을 묵인, 방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패권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며 정치, 도덕적으로 파산선고를 받고 있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이스라엘의 대공방어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 아슈켈론. 사진: 로이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가자 지구 전쟁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계속적인 교전으로 이어지고 있고, 또한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멘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에 대응하여 홍해에서 이스라엘, 미국 등과 관련된 선박을 공격하여 홍해 물류 대란을 낳았다. 급기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하여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드론 공격을 하였고, 현재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재보복 공격 여하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중동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하였고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이란에 대한 재보복 공격 계획의 철회를 강요 중이다. 가자 지구의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간 평화공존을 위한 정치적, 외교적 해결방안의 마련이 이스라엘의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바람이 되고 있다.


패권국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다. 힘의 우위를 추구하며 계속되는 군사적 지원과 해외 미군 주둔으로는 분쟁과 갈등, 전쟁을 종식시키기는커녕 더 큰 혼란과 분열, 정세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이 그 예다. 오랜 전쟁의 늪에서 패권국은 탈레반을 정치적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갖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철수를 합의하고 단행하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패권국은 패퇴는 패권의 쇠퇴와 몰락 과정을 뚜렷이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전략적 경쟁대상과의 군비경쟁도 패권국의 말로를 앞당기는 중이다. 패권국에 대응하는 군비경쟁국도 증가추세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란 등이 중요 군비경쟁국으로 부상 중이다. 세계 제1위의 군사비 지출로도 군비경쟁에서 압도적 승리는커녕 요원한 일이기에 전략적 경쟁대상국들을 제압하기 위하여 차선책으로 세계적 범위에서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동맹국들의 군비확장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날로 강해지는 중국 억제를 위한 정책에 따라 남중국해 영해 분쟁과 대만 문제, 무역 및 인권 문제 등에서 군사, 경제, 정치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데 초점을 두는 한편, 조선민주주인인민공화국의 핵, 미사일, 인권 문제 등을 문제 삼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대북적대정책과 대북제재정책을 지속 중이다. 그러나, 패권국의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에서 중국과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을 억제하기 위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개입에 전력을 쏟아 붓더라도 자신의 역량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패권 유지를 위해 동맹을 내세운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과거를 잊고 평화헌법을 유린하며 군비경쟁과 해외 군사개입의 폭을 넓히며 군사대국으로 줄달음치고 있는 일본의 방종을 키울 뿐.


한반도 문제에서도 패권의 쇠퇴와 몰락은 현실이 되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 보고서에 의하면 북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km 사정권 명중률 제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등에서 사실상 성공 내지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미 군사적 대결정책이 낳은 후과다. 북 비핵화는 요원해졌다. 강대강 군비경쟁이 지속될 경우 미국에 대응하는 북의 군사적 역량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패권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을 상대로 주적론, 선제공격, 북 지도자 참수작전, 점령과 흡수통일, 즉강끝 등 군사적 대결정책은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초래하는 무책임하고 무대책의 자멸적 망동이다. 극우적 시각의 북맹이 지배하는 반북현실이 패권의 쇠퇴와 몰락을 덮고 있을 뿐, 전 세계와 한반도에서 패권의 쇠퇴는 지금 이 시각도 그 끝을 향해 진행 중이다.


군비경쟁이 낳을 수 있는 우발적 군사적 충돌과 긴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수단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군비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미 간 정치적, 외교적 해결이 실현되는 길 밖에 없다. 미국의 조야에서 나오는 북미 간 대화재개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달성하지 못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미 간 ‘정치적, 군사적 중간지대를 설정’하여 새로운 대화로 군축, 군사적 위협 감소, 관계정상화를 위한 다방면의 상호 관심사 추구로 상호 신뢰와 이해를 구축하여 북미 핵전쟁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내용이다.


패권의 쇠퇴와 몰락의 과정이 선명해진 상황에서도 ‘친북 반미 경력’의 국회의원 후보자가 사퇴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정세에 무지한 극우보수시각에 세뇌된 여론이 지배적인 탓이다. 전쟁 통일을 반대하는 누구나 북을 평화공존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북미 평화협상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어야 정상적, 이성적 사회이다. 우리는 동족의 국가를 배척하고 패권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야만적 사회에 오늘도 강박당한 채 굴종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