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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겁지만 낱낱이 까발린 한국의 치부(국제신문, 08051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05:18
조회
89
낯 뜨겁지만 낱낱이 까발린 한국의 치부
폭탄주·베트남처녀 광고 등 인권운동가의 사회 고발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오창익 지음/삼인/1만1000원


1999년 대검찰청 공안부장 진형구 검사는 대낮에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다가 "공기업이 파업하면 검찰이 이렇게 대처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조폐공사의 파업을 유도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 취중발언으로 본인은 물론 법무부 장관과 조폐공사 사장이 물러나고, 특별 검사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올브라이트(당시 미 국무장관) 가슴 운운 발언이나,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장이 여성 장관을 비하하다가 사직서를 낸 것도 낮술로 먹은 폭탄주 때문이었다.

한국의 폭탄주는 1980년대 초반에 박희태 (전 국회의원·당시 검사) 씨가 춘천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설을 비롯해 원조 논쟁이 벌어져 온 가운데 신군부가 쿠데타 이후 각계 인사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이후 폭탄주는 정치·법조·언론·조직폭력배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폭탄주 제조권(병권)을 쥔 사람은 자신이 먼저 먹고 다른 사람에게 이 술잔을 돌린다. 그 동안 술자리의 보스가 호흡을 고르며 마시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폭탄주가 매력적인(?) 이유다. 폭탄주는 대학가로 번졌고 술 한 잔 마시지 못할 것 같았던 초년생 직장인들도 "요즘은 폭탄주가 차라리 편하다"고 할 정도다. 폭탄주 문화의 확산은 한국 사회가 계급 사회로 회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라는 부제가 붙은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은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병폐를 인권 운동가의 시각으로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계급 사회가 낳은 폭탄주 문화를 비롯, 한국의 베트남 처녀 광고, 여론 조사 공화국, 아파트 광고, 대학의 조교, '보따리 장수'라고 불리는 시간강사, 시시티비 설치 문제 등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들을 읽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로 낱낱이 해부했다. 과격하고 거칠게 보이지만, 저자 오창익 씨가 이런 지적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의 약점을 들추고, 잘하지 못하는 것을 꾸짖고, 나를 포함한 다양한 또 다른 나들이 모여 구성한 우리에 대해 지나친 비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이런 가학적 취미가 있었나 하는 고민들이었다."

오 씨의 인권 운동 실천은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오 씨가 이 책에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헌법이다. 헌법은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가 개인에게 해야할 당위를 적은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은 그 자체로 구속력은 없다.

하위 법체계인 법률로 강제력을 부여해야 하고, 개인이 국가로부터 권리 침해를 받거나 위헌적 법률 때문에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직접 나서서 헌법소원 등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법은 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몇 십 년 전 위헌이라 결정난 일들도 한국에서는 아직 검토되지 않은 일들도 많다.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 씨는 이러한 모순을 이 책을 통해 파헤치고, 그와 동시에 각종 집회에서 적극적인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다.

"주민등록번호를 매겨서 국민을 관리하는 나라, 그것도 번호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서 관리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간첩 색출이란 명목도 내세울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간첩을 골라내기 위해 만든 숫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국민은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각각의 국민이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숫자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이미 25년 전에 내놨다. 독일 국민보다 한국 국민이 덜 존엄한 까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수사부터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는 저자는 '한겨레신문'과 '시사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6년 동안 고정 출연했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토론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와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조승연 씨가 다소 딱딱해 보이는 이 책 중간 중간에 일러스트를 넣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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