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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보험료 부과체제를 바꿔야 한다 (씨네21 08.05.2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05:19
조회
136

648호 황진미의 <식코> 읽기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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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648호를 보다 나는 잠시 ‘어 이거 웬 의사협회신문?’ 했다. 다시 보니 영화평론가 황진미의 <식코> 평이다. 황진미는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몰이해를 질타하고 저수가에 시달리는 한국 의사들의 고충을 호소하며 의사들을 향해 ‘돌팔매질을 해대는 포퓔리슴에 대한 성찰’을 요구했다. 평소 의사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자주 보던 주장이다. ‘의사’이기도 한 평론가 황진미의 주장답다. 그러나 그의 글은 ‘팩트’가 틀렸다. 게다가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하다보니 결론도 황당했다. 나도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영화평론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지만 내가 황진미의 글에 반론을 쓰는 이유는 나도 <식코>를 보았고, 감동해서 동료의사들과 영화 <식코>를 보자는 캠페인까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이미 간접세만으로도 낼 건 다 낸다


우선 황진미는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료를 소득의 2.5%라고 했다. 틀렸다. 우리나라 보험료는 올해 5%다.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소득의 2.5%지만 기업이나 정부가 보험료의 50%인 2.5%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황진미는 한국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너무 낮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보험료가 높은 것은 맞다. 프랑스는 보험료가 13.8%로 우리나라의 3배에 가깝다. 그러나 황진미식 계산법에 따르면 보험료는 0.75%다. 왜냐고? 나머지 13.1%는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대만만 하더라도 건강보험료는 8% 정도다. 하지만 대만에서도 국민들의 보험료는 우리보다 낮은 2.3% 정도다. 보험료를 기업 60%, 정부 10%, 개인이 30%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이렇게 해서 160만원이 넘는 의료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한다. 우리나라처럼 치료비가 1천만원이 나오든 1억원이 나오든 본인이 알아서 40∼50%를 부담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나라 같은 나라’들 대부분은 영화 <식코>에서 보여주듯이 무상의료제도이거나 연 30만∼5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정부가 내는 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전체 의료비 중 공적재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72.5%인데 비해 한국은 53%다. 직접적인 치료비만 계산하면 정부는 OECD 평균의 절반만 책임지고 있다. 정부가 우선 의료나 복지재정을 늘려야만 한다. 따라서 세금을 올리고 보혐료를 더 내야 한다는 황진미의 주장은 맞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험료에서 기업이 내는 부담분을 더 늘려야 하고 세금 또한 기업과 부유층이 더 내야 한다는 점이다. 서민들은 이미 간접세만으로도 낼 건 다 낸다. 보험료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세제 개혁이나 보험료 부과체제를 바꾸는 것이지 서민들의 증세가 아니다.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 부추긴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의 글은 무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황진미의 김은형과 오창익의 글에 대한 대응은 전형적으로 ‘의협’스럽다. 앞으로 아프면 큰일이니 건강보조식품이라도 먹어두자는 김은형의 글에 그 돈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대응이나, 과잉진료에 대한 오창익의 글에 응급실 의사는 월급쟁이라서 병원 수익과 관련없다는 주장까지. 오창익의 과잉진료의 경험은 그의 것만이 아니다. 대부분 국민이 경험한 사실들이다. 왜냐고?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 즉 검사나 의료행위를 하면 할수록 돈을 더 많이 받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하는 나라 중 제도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행위별수가제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하나다. 상황이 이러한데 유럽식으로 가려면 90%가 넘는 민간의료기관을 다 정부가 사야 하니 ‘그 돈 너희가 다 낼래’ 식으로 국민들을 위협하는 ‘포퓔리슴’을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럽에서 시행하는 진료비총액상한제 등의 재정절감형 제도를 도입하면 재정은 훨씬 절감된다. 또한 기업과 정부가 돈을 대만 수준으로만 더 부담하면 국민부담 보험료를 그대로 두고도 연 100만원 이상 의료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본인부담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의사 또한 제도의 피해자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황진미와 나 둘 다 가입돼 있는 대한의사협회(당연가입제라서 그렇다. 의사협회는 ‘당연지정제폐지’ 주장에 앞서 이것부터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가 국민을 재앙으로 밀어넣는 민영보험 활성화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 그리고 황진미식으로 국민들의 무지와 무책임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상 의사들 전체가 욕먹는 것은 어쩔수 없어 보인다. 그외에도 지적할 것은 많다. 미국에서 ‘세금폭탄’의 우려로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이 무슨 거짓말. 미국의 건강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은 찬성이 늘 70% 이상이다. 미국의 공보험제도가 무상이다? <식코>에서 한 노인이 부인의 의료비를 위해 청소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실은 그럼 뭔가? 황진미는 우선 보건의료제도를 좀더 공부해야 할 듯하고 <식코>를 여러 번 다시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 황진미에게 필요한 것은 마이클 무어의 ‘아픈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으로 보인다.




우석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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