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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OTL] 경찰청의 낯 뜨거운 ‘인력·돈 핑계’(한겨레21 0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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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7-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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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전·의경 폐지 방안 뒤엎으려는 어청수 경찰청장, ‘2만~3만 명 충원론’ ‘수조원 예산론’은 허구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2007년 2월5일 정부가 전·의경 제도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현역 입대자가 전·의경(경찰청), 경비교도대원(법무부), 의무소방대원(소방방재청)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한 전환복무제의 배정 인원을 2008년부터 20%씩 줄여 2012년 이후론 완전히 없애도록 한 것이다. 그 대신 줄어드는 인원의 30%에 해당하는 수만큼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당시 이같은 방침은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 법무부, 국방부, 병무청, 경찰청 등 범정부 차원의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전·의경을 존치해야 한다”며 폐지 반대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blank.gif △ 최근 잇따라 전·의경 폐지 반대론을 언급하고 나선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은 전·의경 폐지 1단계로 4600여 명의 전·의경을 줄이는 대신 1400여 명의 순경들로 구성한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 참석한 모습.  blank.gif
올해 1400명 등 채용 논의 이미 끝나

전·의경 폐지 방안이 확정된 지 1년도 더 지난 지금 경찰이 뒤늦게 폐지 반대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의를 촉발한 어 청장의 발언부터 살펴보자. 그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전·의경을 폐지하면 안정적인 집회·시위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될 뿐 아니라 청와대나 국회 등 중요 시설 경비 및 방범 순찰·교통 등의 치안 업무에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의경이 빠진 상태에서 치안력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면 2만∼3만 명의 경찰관이 보충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국가 예산이 받쳐주지 못하면 경찰력 보완 측면에서 전·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인력 부족에 따른 치안 공백론과 예산 부담 과중론이다. 과연 그럴까?

어 청장은 전·의경을 없애려면 경찰관 2만~3만 명 충원이 필요하고 여기에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의경이 폐지되는 대신 채용될 경찰관 수는 폐지 방침 발표 이전에 이미 부처 간 숱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 많은 이견 끝에 감소되는 전·의경의 30%를 충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올해 전·의경 4600여 명이 줄어드는 대신 1400명가량의 순경이 채용돼 7월30일 ‘경찰관 기동대’가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계획대로라면 전·의경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순경 1만2천 명가량이 더 채용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맥락 없이 ‘2만~3만 명 충원론’을 언급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엉뚱한 얘기일 수밖에 없다.

‘수조원의 예산’은 더더욱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직업경찰관 10만 명가량과 전·의경 4만여 명이 속해 있던 경찰청의 예산은 6조4천억원가량. 경찰 전체 살림살이 규모가 이 정도인데 순경을 1만 명 남짓 늘린다고 예산 수조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현재 1년 500만원에 가까운 전·의경 1인당 유지비가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수조원이란 것은 뻥튀기라는 말밖에 안 된다.

사실 이런 예산 논의 자체가 낯 뜨거운 얘기이기도 하다. 병역 대상자 일부를 강제로 차출(전경의 경우)해 집회와 시위 진압에 이용하는 일은, 적어도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권침해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말에 불용 예산(예산에 반영됐으나 집행되지 않은 돈)으로 간부들을 외유성 출장을 보내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하는 경찰이 새삼 나라 예산 걱정까지 하고 있는 모양새는 더욱 우세스럽다.
blank.gif △ 지난 7월30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서 열린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 참석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기동대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경찰의 두 번째 논거인 인력 부족에 따른 치안 공백 얘기도 설득력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경찰 인력 구조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보·보안경찰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2천여 명의 보안경찰이 1년 동안 처리한 사건은 수십 건에 불과하고, 4천여 명의 정보과 형사들이 일반 범죄 정보도 아닌 온갖 잡다한 정보를 수집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내근 인력·고위직이 더 문제

내근 인력 과다도 고질적인 문제다. 우선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나라 전체의 경찰을 통제하는 경찰청 같은 기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고위직 자리 늘리기’ 행태는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 이뤄진 광주경찰청과 대전경찰청 신설이 손꼽힌다. 애초 전남경찰청 산하에 광주·전남 지역 26개 경찰서를 두고 있었는데, 광주 지역 5개 경찰서만 따로 떼내어 광주경찰청을 만들었다. 광주경찰청에는 치안감과 경무관 각각 1명, 총경 8명 등 내근 인력 수백 명이 배치됐다. 산하 5개 경찰서를 합해봐야 총경이 5명인데, 이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에는 총경 이상이 10명인 황당한 조직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전경찰청도 마찬가지다. 대전·충남 지역 19개 경찰서를 관할하던 충남경찰청에서 대전 지역 5개 경찰서만 따로 떼내어 치안감과 경무관 각각 1명, 총경 8명 등 수백 명의 내근 직원들로 구성된 대전경찰청을 새로 만들었다. 새롭게 행정구역이 분리되거나 인구가 늘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경찰 조직만 키운 것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금이라도 경찰이 구조조정만 제대로 하면 현장 인원을 1만 명 이상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자기혁신 노력을 기울인 다음에 인력 충원을 얘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사실 ‘인력 부족론’의 가장 큰 허점은 집회·시위를 대하는 경찰의 후진적인 관행을 들 수 있다. 현재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전략은 한마디로 인해전술이다. 집회·시위에 참가한 시민 수와 여기에 동원된 경찰관 수를 비교한 수치를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표 참조). 시위대보다 많은 경찰이 동원된다는 것은, 굳이 경찰관이 동원될 필요가 없는 집회에도 전·의경을 출동시키거나, 경찰이 관행적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는 방증이다. 웬만한 집회 때마다 주변 도로 한쪽을 점거한 채 도열해 있는 닭장차들과 툭하면 남발하는 ‘원천봉쇄 방침’이 이를 보여준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폭력시위가 시작됐을 경우 즉각 투입되는 비노출 경비가 일반적인 외국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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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방적이고 자가당착에 가까운 경찰의 바람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방부 대변인실은 “(전·의경 폐지 방침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변동 사항은 없다”면서도 “부처 간 재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비교도대를 운영하는 법무부의 한 관계자도 “(정권이 교체돼)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관 기동대’만 덤으로 갖겠다?

실제 ‘ABR’(Anything But Roh·뭐든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를 최고의 기치로 삼는 이명박 정부의 스타일상, 전·의경제 폐지 방침은 재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부유층 감세 등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예산 절감 차원에서라도 전·의경 폐지 논의가 재론될 것이라는 게 경찰 주변의 예상이다. 이럴 경우 가장 득을 보는 곳은 경찰청이다. 직업 경찰관들로 구성된 ‘경찰관 기동대’라는 강력한 진압부대를 새로이 갖게 되고, 전·의경도 규모를 좀 축소시킨 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병역 의무’라는 미명 아래 집회·시위에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직업 경찰관들에게 커피도 타주고 복사도 해주고 운전도 해주고 구두도 닦아주고 전화를 받아주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하인’들도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황당한 전투경찰대설치법
전·의경은 복종만 하라?전·의경 운용의 법적 근거가 되는 전투경찰대설치법을 놓고서는 이전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 법 1조 1항에서는 “간첩의 침투거부·포착·섬멸 기타의 대간첩 작전을 수행하고 치안 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전투경찰대를 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의경이 대간첩 작전에 투입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치안 업무 보조가 남는데, 이 또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집회·시위 대응이 치안 업무의 일종일 수는 있지만, 전·의경이 이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에는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5 대 4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당시 4명의 헌법재판관들은 “국방 의무라 함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해서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는 국토 방위의 의무를 말하며… 경찰의 순수 치안 업무인 집회 및 시위의 진압 임무는 결코 국방 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역 입영자들 가운데 일부를 강제로 전투경찰로 동원하는 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정원 변호사는 지난 7월23일 열린 ‘전·의경 제도의 실태와 문제’ 토론회에서 “현역병으로 입영한 사람을 그 의사에 관계없이 전투경찰로 전임하는 것은 헌법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인간으로서 존엄의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지금 당장 최소한 전투경찰은 본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의 법조문들 또한 인권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대표적으로 벌칙 조항을 보면 △상관 명령에 반항하면 2년 이하의 징역 △상관을 협박하면 5년 이하 징역 △상관을 면전 모욕하면 2년 이하 징역 △연설 등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면 3년 이하의 징역 △상관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 △허위 사실로 상관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 등 군대 이상으로 상관에 대한 절대적 복종 의무와 처벌 조항를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지시 또는 가혹 행위의 금지나 처벌에 관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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