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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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경찰제 시행이 지방분권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CBS-R 사사자키칼럼, 04091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26
조회
253

벌써 10년이 넘도록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들은 '자치경찰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거나 민주화 운동가들을 미행하고 감시하고 잡아가두는데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는 경찰이 민생치안에는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전형적인 국가경찰의 폐해였습니다.
정치적으로 법률적으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정치권력에 철저하게 예속된 한국 경찰은 건국 이래, 아니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국민을 위해서보다는 대통령과 경찰청장을 위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추어 왔습니다.
주권자로서 경찰에게 권한을 위임해주었으며, 납세자로서 경찰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시민들은 경찰활동에서 소외되었으며, 시민들이 경찰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자는 제도적인 개혁이 바로 자치경찰제입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에게 있는 인사권, 예산 편성권과 경찰력에 대한 지휘권을 지역의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자치경찰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지방분권화의 가치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경찰에 대한 시민적,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여 경찰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자치경찰제의 도입은 민생치안의 공백 때문에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제도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 지방자치단체, 중앙 정부 사이에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하여 시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해만을 충족하는 엉뚱한 자치경찰제 안을, 누가 봐도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 없는 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들이 합의한 안은 지금은 경찰은 단 한푼의 예산도 깍지 않고 단 한명의 인력도 사무실도 줄이거나 자치경찰로 이관하지 않고, 별도로 자치단체에 '자치경찰과'를 두어 약 25명 정도의 새로운 경찰을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자치단체에 직접 소속된 '자치경찰'은 경찰이라는 명칭과 복장만 빌려올 뿐, 실제 경찰의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고 자치단체의 각종 단속 업무에 배치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들은 각종 시위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자치경찰을 시위진압에 동원하겠다는 속내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애초 도입 취지는 이해관계 기관에 의해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본래의 취지는 간 곳 없이, 정부는 지역분권 한다고 생색만 내고, 경찰은 제 밥그릇을 충실히 지키고, 자치단체는 경찰복장을 한 경비인력을 수십명씩 얻게 되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은 원하는 것을 얻었고, 지역주민들만 빈손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분권화와 정부 혁신에 자신이 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도입될지, 아니면 이해기관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엉뚱한 제도로 변질되어 아까운 국고만 낭비하게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