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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수단으로 전락한 반인권적 인권교육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8 11:20
조회
199

최철규/ 인권연대 간사


 “사병들을 무조건적인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인정을 해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군이 가치관, 인권 교육에 앞장서 사회에 필요한 인간을 만들겠다.”


 얼마 전 군 인권상황 실태조사 발표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국방부 인사기획관의 말이다. 사람으로서의 인정과 대접은커녕, 장부상의 한낱 ‘병력’으로밖에 ‘취급’받지 못했던 그간의 반인권적 상황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인사원칙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심인 듯한 그의 말이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사람의 가치관을 단순히 몇 번의 교육만으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그의 호언장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인간은 경쟁하는 동물’이라는 사회적 문화 속에 공교육은 물론 사회 전체가 도외시하는 ‘훌륭한 가치관’ 교육을 무력과 통제의 집합체인 군이 해내겠다는 그의 자신감이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권이 중요하고,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군 담당관의 말에는, 역설적으로 일종의 불안함까지도 느꼈다. ‘인권을 교육하고, 사병들을 사람으로 인정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이 너무도 무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 담겨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꼭 무언가에 대한 대가가 있을 때에만 인권이나 인권교육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가? 인권이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나? 등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어떠한 교육이든 목적과 원칙 없이 구상되거나 실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 펼쳐진 많은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기보다는 권력자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사람을 길들이는 교육, 사회에 순응하게 하는 교육이었다. 권력의 입장에서 볼 때, 다루기 쉬운 것은 거친 맹수들이 아니라 길들여지고 온순한 양들이다. 교육은 굉장히 효율적인 통치 수단이기도 하다.


 인권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무리 선의의 의도로 인권을 대한다 하더라도, 인권이 요구하는 원칙과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선의의 의도에 종속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여건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부차적인 위상 밖에는 얻지 못할 것이다. 교육적 명분으로서의 인권만 넘쳐나고, 정작 인권 없는 인권교육이 전개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나 인권교육에 관심을 갖는 많은 교육 관련자들이 아직까지는 이러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여전히 인권교육을 인성교육 내지 도덕교육, 준법교육 등과 혼동하여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단순히 ‘착하게 살기’, ‘남을 배려하며 살기’, ‘법 잘 지키기’만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착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범법자에게도 인권이 있고 그들의 인권 또한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 사회의 권장할 만한 도덕적, 종교적, 법적 가치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인권과 인권교육이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얼마 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은 제도교육에서의 인권교육 전면화, 교사 자격증 취득 및 공무원의 각종 임용·승진 시험에 인권 과목 삽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인권의 생활화, 인권교육의 전면화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경쟁 수단으로서의 교육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로부터 인권교육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다. 각종 고시학원, 자격증 취득 학원에서 인권이 팔려나가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무엇보다도 인권을 이야기하고 교육하려는 사람 스스로가 인권을 생활화하고 삶의 철학으로 가져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의 삶에도 별 의미가 없는 교육이 학생의 삶과 가치의 변화에 무슨 호소력을 갖겠는가. 생활로서의 인권철학, 인권친화적인 환경과 제도, 인권의 원칙에 충실한 인간관계만이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인권교육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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