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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실태조사, 시도 좋았지만 ‘먹을 것 없는 잔치-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발표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5 16:07
조회
418

정유진/인권연대 인턴활동가


   2005년은 어느 해보다도 대한민국 군대 내에서의 인권상황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불거진 한 해였다.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에 이어 전방 부대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 고 노충국 씨의 죽음을 둘러싼 군내 의료접근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권침해의 극단적 형태들로 군 인권의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국방부는 그때마다 매번 병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을 무마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위 용역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해 12월 한 달 동안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가 수행한 군대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 및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임종인 국회의원(열린우리당, 국방위원회), 이계수 교수(건국대 법과대), 오창익 사무국장(인권연대), 최운 이사관(국방부 인사기획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한 이번 발표회에서는 현재 군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들이 발표되었으며, 효과적인 군 인권개선을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었다.


  형식적인 개선조치 남발…간부의 인권의식부터 점검해야
‘군인 인권의 개념과 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연구의 서두격 발표를 맡은 이재승 교수(국민대 법학과)는 독일의 군사관련 법제 현황을 중심으로 한국 군사법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고찰하였다. 이 교수는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군인을 이해하는 독일의 군대법제가 헌법적 기초 위에서 헌법원칙에 따라 수립된 것을 강조하며, 한국의 군사법제도도 명령, 복종, 불복종에 대한 명료한 규정을 마련하고, 군인의 청원이나 진정사건을 처리하는 국방옴부즈만 제도 등을 도입하여 폭넓은 참여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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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연구팀은 대대급 39개 부대, 병사와 간부 1천 8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및 심층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구타나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의 명시적 인권침해 행위가 예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의식주, 의료접근권 등 사병 생활환경의 반인권적 제도나 군 인사들의 인권의식은 신속한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연구를 진행한 간디학교의 김정식 교사는 “단순히 구타나 가혹행위 등의 발생 빈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군 인권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근본적으로 군 인권의 개선을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것이 당면한 큰 문제”라고 말하였다.
이번 연구 용역은 군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검토나 사병간 자행되는 인권침해의 현황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서서 군 인권 개선을 위한 핵심 주체인 간부들의 인권의식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이전 연구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군이라는 사회가 상명하복의 엄격한 특수계급체제이기 때문에 간부들의 선도적인 의식 개혁 없이는 효과적인 군 인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간부의 인권의식 조사를 맡은 군사평론가 김성전 씨는 ‘사병 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간부와 사병간의 인식차가 너무 깊어 간부들이 변화의 주체로 서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였다. 이어 그는 12.1%의 간부가 가능하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군복무를 면제시키고 싶어 한다는 설문 내용을 발표하며, “이는 한국 군대가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군대내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연구 총책임을 맡은 한홍구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미봉책들로는 인권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군대 인권의 개선이 국방개혁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대체복무제도 등의 구체적인 개선 조치들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라고 연구 결과를 총정리하였다.


  비현실적인 연구 결과에 의문...
군사적 대치 상황을 강조하는 분단국가로서의 특수성 논리 앞에서 그간 군은 우리 사회내에서 폐쇄적으로 존재하는 특별집단으로 분류되고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그간 군내 인권침해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조치는 군의 특수지위와 군인의 특수신분관계를 명분으로 번번이 좌절되거나 군 내부의 저항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계수 교수(건국대 법학과)는 군 내부에는 접근도 못하던 이전의 연구들과 달리 한 달 가까이 부대를 직접 방문하여 설문 및 심층 조사를 진행한 이번 연구가 군 인권 개선을 위한 기초연구 자료로서 의의를 지닌다고 총평하며, 구체적인 개선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군 인사들의 효과적인 인권교육을 위해 대학 등의 교육기관과의 연계 교육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이 교수는 군제나 병력규모가 상이한 독일과 한국을 비교 고찰한 이재승 교수의 연구에 대하여, ‘보다 객관성을 지니며 이를 토대로 국내 반발을 무마시키기 용이한 유엔 등의 국제기구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군인인권보장을 위한 최소기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여, 군 인권 관련 법제화를 위해 우리 사회의 폭넓은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토론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월 28사단 총기사망사건 이후 국가인권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외부 용역 시행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였다. 오국장은 "국가인권위가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면, 내부의 역량이나 전문성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로 국한되어야 한다"면서, "급조된 연구팀이 어떤 면에서 국가인권위 내부 역량보다 탁월하게 우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국장은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였다. "연구팀이 제시한 구타나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에 대한 사병들의 진술이 일반적인 ‘사회적 상식’과 큰 격차를 보여 과연 통계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예컨대, 보고서는 언어폭력(욕설, 비하 발언 등)의 경험에 대하여 현역병의 71.6%가 ‘없다’라고 답한 반면, 예비역의 경우 단지 8.7%만이 ‘없다’라고 말한 단순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역병들의 진술 상태가 제대로 검증되거나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연구팀과 국가인권위가 실증적 자료도 없이 군대 내에서 구타가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현역병 중 6.0%만이 구타나 가혹행위(얼차려)를 경험했다고 응답하였다.
그는 연구팀이 제시한 정책대안도 그동안의 제안을 편집한 것에 불과하고, 현실 정치권의 요구보다도 미온적인 것이라고 혹평하면서, "군에서의 인권침해방지 노력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부정확한 통계와 연구결과를 통해 군내 인권침해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은 군 인권개선을 위한 전 사회적 의지와 실천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하였다. 나아가 오 국장은 국가인권위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긴급처방식’의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지와 체계적인 접근으로 군 인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를 대표하여 토론자로 참여한 최운 이사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국방부가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외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비용문제 등의 현실적 어려움 탓에 당장 국민들의 요구를 100%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국방상 기밀을 제외하고는 군대를 개방하여 몸은 군대에 있더라도 마음만은 자유로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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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발표가 끝나고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군가협, 군사상자유가족연대 등의 인권피해자 가족들이 많이 참석을 하였는데, 논의를 지켜본 이들은 ‘단순히 몇 가지 통계 지표상의 변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구조적 조건이나 문화는 지난 60년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라며, 군 의문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어렵게 하는 군사법제도, 퇴역군인들의 일자리 창출용이 아닌 실질적인 인권상담관 양성 등의 구체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일반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인 법과 제도적 차원의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문화라는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인권문제도 결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인권의 보편 원칙보다 군으로서의 폐쇄적 특수성이 지배적 원리로 남아 있는 군대의 변화가 더딜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된 자기 책무를 다하지 않고, 외부 용역 의뢰와 연구성과 발표회 개최만으로 만족하거나,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연구팀의 부실한 연구가 반복되는한, 그 한계는 더이상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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