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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그러나 한총련을 옹호한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8 14:52
조회
229

서정민갑/ 문화활동가


 며칠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한총련을 탈퇴하겠다고 했다.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될 때부터 다양한 직업 경험을 가져 화제를 모았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황라열씨는 기자회견 방식을 빌어 한총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수많은 언론이 주목했고 특히 보수언론들은 1면과 사설을 기꺼이 내주며 그의 발언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한총련에서 탈퇴하겠다는 집단적 결정을 하면서 일반 학우들의 의사는 일언반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행위는 과연 민주적인 것인가? 그보다 앞으로 정치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과연 비정치적인 것인가? 그리고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며 기자회견 방식을 사용한 것은 순수한 것인가?


 잘라 말하자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반드시 민주적이어야 한다. 대표자가 발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럼에도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총학생회 집행부의 의견을 전체 학우의 의견으로 포장하는 모습에서 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한총련 탈퇴를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통해 밝힌 것 또한 역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밖에 판단할 수 없다. 다양한 직업군을 거친 경험을 상품화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더니, 이제는 서울대라는 학벌주의의 간판을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공표하는데 이용하는 모습에서 그의 선배였던 김민석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생운동 경력이 상품이 되면 학생운동 경력을 내세우고, 학생운동 반대 경력이 상품이 되면 또 그를 상품화하는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선후배가 똑같은가? 몇 년 후 선거에서 황라열이라는 이름이 어떠한 경력과 공약을 걸고 나오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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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후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라열 서울대총학생회장이 "학생운동 단체인 한총련을 탈퇴하고 기업체와의 후원 계약을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사실 그가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것은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순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의 학생운동 조직들이 설사 과도한 정치편향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들 모든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유아적 발상일 뿐이다.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우리의 땅이 미국의 군홧발 아래 짓밟히고 있는 이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이로운 것인가? 히틀러의 지배 아래에서도 법을 지키자 주장했던 사람들의 빈곤한 철학과 그의 철학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염려해야 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학생들이 별다른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대표자가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동반한 정치적 행위를 했음에도 지금 서울대 총학생회의 홈페이지는 대체로 고요하다. 20여년전 비슷한 방식으로 전대협을 탈퇴하겠다고 했던 모 대학 총학생회가 곧바로 탄핵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하긴 민주주의와 개혁을 팔아 민중을 압살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과 그의 하수인이 된 학생운동 지도자들의 행보를 보면서 어떻게 진보를 계속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 감고 제 살길 찾아가기에 바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 두 번에 걸친 개혁정권의 공적이며 우리 진보세력이 감내해야 할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한총련을 옹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여전히 북한에 대해 편향적이고 학우대중과 거리가 먼 구호를 내걸기도 하지만 그들이 평택에서 흘린 피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증거가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한총련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조국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자신의 무식과 정치적 지향을 순수로 포장하는 황라열 같은 얼치기의 입에서 한총련 혹은 그 어떤 학생운동 조직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역겹기만 하다. 한총련의 이름이 그렇게 짓밟히지 않고 지금은 침묵하는 대학생들의 열정과 감동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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